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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항 간의 가족 동승 결정

선원의 각별한 가족사랑

by 전희태


아침.JPG 어수선했던 밤이 지난 동해에서 만난 아침 해


우리 배의 승조원을 제외한 외부 인사인 선원 가족, 회사 직원, 그리고 회사가 태워주려는 거래처 직원들을(이번 항차에는 P제철의 선박 담당 대리와 주무) 승선시키고 출항에 임하려 하고 있다.


여기서 본선 자의로 편승을 시키려는 선원 가족의 광양/포항 간 승선 허가를 떠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니 동승을 원하고 있는 당사자들과 인원 조율 과정을 겪으며 나타난 심적 갈등이 만만치 않았다.


선원 외 탑승 인원으로 최대로 탈 수 있는 7 명중 회사가 승선시키려는 3 명을 제외하면, 승선 가능한 4명의 자리가 남는데 이를 두고 가족 동승을 어떻게 승선 배분하는가를 놓고 고민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방선한 가족들은 아내와 기관장의 부인과 어린 딸, 그리고 일항사의 부인과 두 명의 아이를 포함하니 도합 6명으로 두 명이 넘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누구를 내리고 누구는 타게 하는 일을 결정하려니 당사자들의 마음을 배려하기가 참으로 힘든 경우로 다가선 것이다.


본사에 통보하여 공식적인 방법으로 모두를 태우려니 어린애 셋이 포함된 두 명의 인원 초과이다. 처음에는 모범적으로 나만 아내를 내리게 하려고 마음을 굳혔으나, 관련된 나머지 사람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은 아닌 듯, 어찌 됐건 시간을 끌어 그냥 타고 나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으로 하선하겠다는 일언반구도 비치지 않고 있다.


광양에서 포항 가는 버스 차편도 알아보니 다섯 시간이나 걸리며 안 그래도 지루한 여행에 찜통더위까지 곁들여지는 형편이라니 사실 나 혼자 아내와 떨어져 떠난다는 의미가 그냥 억울하게 퇴색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아내도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광양/포항 간 여행이 그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자신도 그냥 동승한 상태로 함께 가기를 원한다는 속내를 내비친다.


그런 가운데 시간이 흘러 출항 수속을 할 무렵이 다가왔고, 동승자의 최후통첩 결과를 알아보니, 내가 아내를 내려주고 떠난다는 말만을 실행하고, 나머지 두 가족 다섯 명은 모두 함께 타고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순간 불끈하니 솟구치는 배반감으로 그들만의 동승 항해 욕심에만 집착하고 있는 행태가 야속에 더하여 얄미워질 뿐이다.


아이들을 포함한 숫자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탑승인원을 넘어선 모두를 승선시키는 최종 책임은 결국 나한테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내만 떼어 놓고 그러한 만약을 책임져야 하는 행태로 되는 것이 영 맘에 내키지 않았다.


그래 그들이 모두 갈 수 있다면, 한 사람 더 타는 의미도 별 차이가 없는 일이니, 나도 아내의 하선을 취소하고 동승을 하도록 재조정하자고 체면치레를 접고 지점의 담당 직원에게 요청을 했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법을 빗겨선 무리한 결정이라 공식적으로는 회사에 알리지 않고, 동승으로 인해 발생한 어떠한 사고라도 일차적인 책임은 본인들에게 있음을 인정 숙지시키어 시끄러운 일은 벌이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은 후 출항에 임하도록 한 것이다.


잘못인 줄 뻔히 알면서도, 책임자로서는 결코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눈앞의 편함을 따르고 작은 인정에 이끌려, 못 본채 행한 행동에 대해, 나 역시 스스로 죄벌을 받아 드는 맘으로,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 사고나 잘못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각오를 다지며, 광양을 출항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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