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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뜨린 페인트 통

잠깐의 방심이 사고를 만들어 내고

by 전희태


090404 026.jpg 드라이도킹을 대비하여 페인트 수급을 하던 모습


기다리던 부두로의 쉬프팅이 오후에 이뤄졌다. 부두에는 우리의 접안을 기다리고 있던 선용품 보급물자 중 페인트가 제일 먼저 도착해 있었는데 본선의 푸로비전 크레인을 사용하여 올리기로 하고 갑판 부원들을 작업에 투입하였다.


세 번으로 나누어 올리던 마지막 카고 슬링(CARGO SLING)의 한쪽 고리가 살짝 빠진 잘못된 취급으로 훅의 한쪽이 빠지면서 기울어진 사이로 페인트 한 통이 굴러 떨어졌다.


그 충격으로 뚜껑이 열렸고 내용물도 반쯤 쏟아지면서, 일부는 부두의 애플론 위로 뿌려졌지만, 나머지는 배와 부두 사이의 바다로 흘려보내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양 오염을 촉발시키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 즉시 몇 명의 선원들이 선내 창고로 뛰어가더니 방오제로 보관하고 있든 방습포를 꺼내와서 물 위로 번져 나가는 페인트 위로 펼쳐주었다.


물 위로 퍼져나가던 페인트 위로 방습포를 골고루 덮어주어 모두 스며들게 한 후 건져내어 오염 확산을 막도록 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평소 훈련으로 쌓아놓고 있던 실력을 보여준 셈인데, 신속한 조처로 깨끗이 수거하여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뒤처리가 되어 갈 무렵, 어느새 신고를 받고 출동한 포철의 관계 직원들이 현장을 둘러보더니 별 이의를 달지 않고 돌아간다.


또 한 번의 아차 할 뻔 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전 선원이 합심하여 빠르고 바르게 대처하여 사고의 후유증을 모두 제거함으로써 별개의 환경오염사건으로 만들어지는 걸 막아낸 것이다.


실제의 환경오염 사고를 한바탕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평소의 훈련 같이 실행하여 안전하게 지켜내고 보니 상황에 참가한 모든 인원은 저마다의 입장에서 흐뭇함을 간직하고 뒤처리 작업을 끝내고 있다.


날씨도 깨끗이 회복되면서 꾸물거리던 구름도 말끔히 걷어주니 환하게 밝아진 대기가 기분을 더욱 흡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한낮을 지나면서, 따가운 햇볕이 사정없이 내려 쪼여주니, 선체 갑판과 거주구 외판에 담금질 마저 시작되어 에어컨디셔너의 수리가 아직 덜 된 선내의 공기를 찜통 안 상황 같이 변환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급하게 팩스로 청구했던 에어컨디셔너의 소손된 부속품을 대신할 부품은 구하였고, 또 다른 고장인 휘어진 에어혼의 피스톤도 내일 중 준비되면, 같이 보내주겠다는 육상 부서의 이야기를 듣고, 우선 구해진 에어컨디셔너 부속부터 즉시 고속버스 편으로 보내주도록 요청하였다.


두 가지 부속품을 함께 받아 수리작업을 하는 것은 작업시간 배분에도 문제가 되니 우선 준비되는 것부터 먼저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이고, 특히 에어컨디셔너는 한시바삐 해결해야 하는 일이니 밤을 새워서라도 고쳐내어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피하여야 한다는 급한 심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담당 감독의 그렇게 해주겠다는 확답을 해주어서, 오늘 밤중이라도 에어컨디셔너 수리를 위한 전제 작업을 준비하느라고, 전 승조원이 나서서 에어컨디셔너 용의 무거운 컴프레서를 기관실로부터 에어컨디셔너-룸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 하였다.


상륙(외출)하려든 시간까지 늦춰가면서 실시한 이 작업에 한 개의 푸로비젼 크레인, 작은 데비트 1개, 그리고 3개의 체인블록을 이용하여 들어 올리고 밀고 당긴 것이다.


그런 식으로는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손에 익지 못해서 혹시 또 다른 사고나 유발되지 않는지 우려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고 지켜보느라-에어컨디셔너도 없었으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 것도 모르는 상황 속을 헤매었다.


다행히 걱정하던 문제들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끝마치었고 상륙자들도 곧 이어 외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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