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형수 탱크 내부의 물이 용접선을 따라 스며 나오고 있다.
청소하는 호스의 물을 맞고 있는 벽면은 각 선창 간을 막아주는 수밀격벽(Water-tight Bulkhead)이다
아직도 BOLAVEN 때문에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남행은 계속 하지만, 이제 내일쯤이면 무사하게 태풍의 영향권을 빠져나와 마음고생에서도 벗어나리라 기대해 본다.
낙관적인 기상 상황에 한시름 놓고 있는데, 오전 당직을 끝낸 일항사가 방으로 찾아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머뭇거리고 있다.
그의 꾸물거리는 표정을 보며, 이번엔 무슨 일이 생겼는가, 우선은 사람이 다쳤다는 이야기인가? 하는 겁나는 상황부터 떠올려지니, 철렁하는 마음부터 다스리기 바쁘다. 그래도 빨리 말을 하지 그래 눈길로 독촉한다.
기관실의 좌현 쪽 5번 톱 사이드 탱크의 물이 기관실로 스며 나오는 일이 생겼다는 보고를 하러 왔단다.
공선으로 항해 중이므로 발라스트를 싣게 되는, 5번 좌현 윙 탱크를 기관실 격벽에 붙여서 용접한 부위가 파도 등의 외력에 의해 그 용접 선이 균열을 일으키며, 실려있던 발라스트 물이 새어 나오는 것으로 대형 살물선에서 제법 자주 발견되는 용접에 취약한 부분이기는 하다.
처음 용접 라인을 타고 물이 스며 나오는 걸 발견한 당직 기관수는 땀이 차는것 같다고 보고를 했지만, 자세히 살펴본 일기사가 용접 선에 가느다란 균열이 생겨 그리로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이란 연락을 해와서 일항사도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한 사항이란다.
태풍의 여파로 인해 생긴 파도가 앞으로부터 와서 배를 흔들어주기 때문에 약한 부분인 그곳의 용접 선에 금이 갔다는 이야기인데 이미 전에도 그곳을 덧대어 용접한 흔적이 남아있는 바로 그 덧댄 용접 선에서 다시 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는 보고였다.
사면팔방 모두가 물로 둘러 싸이고 그도 모자라서 몸체의 반 이상을 물에 담그고 살아가는 선박- 그 안에서의 생활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철판 위로 물이 스며들거나, 새어 나온다는 것을 전해 받는 심정은, 그네를 타고 있는 순간에 너의 그네 발판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점을 통보받은 공중곡예사의 심정으로 비견될 수 있을까?
착잡한 심정 속에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잠깐 주춤했지만 계속 그러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얼른 후속 조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라고 지시한다.
지금 목표로 삼아 달려가고 있는 선적항에 도착하여 아무런 이상 없이 화물을 싣기 위해서 본선에서 할 수 있는 수리 처방 중 가장 유효한 방법을 택하는 일부터 결정하는 회의를 선내 수리의 총괄 책임자인 기관장의 주도하에 시작하였다.
나는 수리해야 할 일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선내 부서 간 협조와 회사와 연락하여 도울 길을 찾는 대내외적인 일을 관장하기 위해 의견 조율에 참여하고 있다.
아무래도 고소 부위의 작업이라 그에 알맞은 안전수칙을 지킨 작업을 유도하기 위해 튼실한 발판을 가진 지지대부터 먼저 세우는, 애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는 부대 작업이 더 힘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용접할 부위 밑에 사람이 앉아서 용접을 할 수 있게 보슨 체어를 걸 수 있는 간단한 페드 아이를 용접으로 부착시키는 방법이 제일 먼저 의안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