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 진동으로 터져버린 고압 파이프.
좀은 기분 나쁜 선체 진동에 몸이 흔들려지는 느낌이 있더니, 후부 마스트에 장비되어 있는 전기 모터 식 기적으로 올라가는 압축 공기용 고압 파이프에 파공이 생겨 공기 빠지는 소리가 요란스레 새어 나오고 있다.
선수 쪽에 있는 피스톤 식 기적도 고장이 나 있는, 당장 쓸 수 없는 상태였으니, 두 개의 기적이 모두 사용 불능의 고장을 가지는 형편이 되었다.
안개가 낀 불량한 시정의 날씨였다면, 무중 항법을 준수하기 위해 열심히 기적의 취명을 해야 하는 데, 그럴 경우 당장 써야 할 기적 모두가 고장 난 난감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즉시 고장개소 수리를 작업에 착수하니, 기관부는 아침부터 구멍이 난 고압 파이프의 교체를 위한 작업에 바빠지게 되었다.
작업 장소가 높은 마스트 위쪽이므로, 마지막 취부 하는 작업은 그곳에서 하고 나머지 준비 작업은 모두 밑에서 하도록 한다.
구멍이 난 파이프를 대체할 크기로 재단하고 프렌지를 붙이는 작업을 기관실 공작실에서 오전 열 시 전에 끝을 내어 완성품을 톱 브리지로 옮겨 왔다.
이미 걷어내진 부위에 새로 만들어 온 파이프를 끼워주고 볼트 너트를 조이어 수리작업은 일단 끝이 났다.
작업의 전 과정을 살펴보면서 바꿔주는 일까지 끝내는 것을 보고, 즉시 기관실로 연락하여 공기를 올려주도록 지시한 후 누름 버튼을 눌러 테스트를 하니 원래의 기적 소리가 청아하니 들린다.
결코 청아한 아름다운 소리라고 흡족해하며 가까이에서 듣기에는 사실은 너무 귀가 따가운 큰 소리이지만, 그래도 수리가 끝나서 나는 소리이니 그렇게 느껴보는 마음이다.
헌데 잘 나오던 소리가 한번 더 길게 불어주는데, 갑자기 삐끗하니 터진 소리와 함께 파이프를 새어 나오는 듣기 싫은 김 빠지는 소리를 내고 있다. 부근의 어딘가 다른 부분이 또 터진 모양이다.
즉시 마스트에 올라가서 공기가 새어 나오는 곳을 살핀 조기장이 너무나 작업하기가 부자유스러운 껄끄러운 장소에 작은 구멍이 났다고 보고 한다. 한 뼘 밖에 안 되는 길이의 바로 혼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파이프가 파공이 나서 새는 것이다.
용접하는 방법으로 손질 하기에는 아무래도 힘든 곳이라서 급한 대로 데브콘 밴딩을 하고 그 위로 아쿠아 페인트를 발라서 구멍을 막기로 결정하였다.
용접작업은 철수시킨 후, 구멍 난 부위를 찬찬히 밴딩으로 감아준 후그 위에 아쿠아 페인트까지 발라준 후, 이제는 마르기를 기다리는 일로 또 하루를 보내야 할 판이다.
내일 페인트가 다 굳은 다음에 테스트를 하면 알겠지만, 더 새는 곳은 없으리라 믿어본다. 하지만 이 수리방법은 어디까지나 임시 수리이므로 다음 국내 기항 시 육상의 수리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매 항차 이렇게 소소한 일들이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 계속 바쁘게 만드는데, 그런 우리의 상황을 어쩌면 회사에서는 구구절절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현장의 비애랄까 하여간 조금씩 약도 오르며 힘도 든다.
며칠 전 발견했던 발라스트가 스며 나오는 곳을 용접하기 위해 작업을 했던 일도 그랬다.
작업 전에 그 탱크의 물을 뽑아내었더니, 약간의 기상악화로 바람이 세어짐에 따라 배의 진동이 자갈밭을 달리는 지프차라도 탄 것 같은 흔들림으로 바뀌었다.
배출시킨 발라스트의 양 때문에 선체 전체에 미치는 뒤틀림이나 휘어짐의 모멘트가 달라져서 생긴 일로, 극단적으로 본다면, 선체 강도가 시달림을 받고 있는 별로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란 뜻이다.
물론 발라스트의 뽑아주는 양을 사전에 계산하여 형평을 맞추어 여러 탱크에서 같이 뽑아주는 일은 하지만, 그래도 달라지는 발라스트 양의 불균형으로 인해 아무래도 선체의 흔들림이나 떨림은 생기는 것이다.
사실 오늘 수리를 한 고압 파이프 건도 그런 선체의 운동으로 인해 약해있던 부분이 터진 것으로 유추되는 일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자갈밭을 달리는 지프차를 탄 것 같은 느낌이란 것은 그래도 좋은 기분일 때의 생각이고, 어떤 때는 마치 아이들이 갖고 노는 공기 돌 놀이의 공기 돌이 당하는 아슬아슬한 입장과 닮은 기분이 드는 경우도 많다.
우리의 몸을 계속 선수미 쪽 피칭이나 좌우현의 롤링 같은 선체 운동에 순방향으로 어울리려고 흔들어 주는 상황이, 마치 손등에 올린 공기 돌을 허공으로 띄워준 후, 그 돌들을 다시 손아귀에 움켜쥐게 되는 마지막 단계 전, 손등의 공기 돌이 떨어지는 파울은 당하지 않고, 한데 모으기 위해 손을 살짝 흔들어 줄 때에 갖는 긴장감을 너무나 흡사히 닮아 있는 것이다.
이렇듯이 선체가 받아들이는 진동이 좀 더 커지거나 길어지면, 실금으로 찢어져 물이 새던 부위가 좀 더 길게 찢어진 경우로도 발전할 수 있기에, 될수록 용접 작업을 하기 바로 전에 물을 뽑아 주는 형식을 취하려 하지만 배출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용접을 위해선 물기가 마르는 게 유리하므로, 파도라도 있어 흔들어 주는 시간이 길어지면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동전의 양면 같은 일이 되는 것이다.
낮에 월말 주부식 청산 보고를 하려고 방으로 찾아왔던 조리장이 내 얼굴을 보면서 어디가 아픈 것이 아니냐고 물어왔을 때 무슨 소리냐고 웃어넘겼는데 사실은 그때 내 얼굴에 그런 수리 상황에 대해서 언짢아하고 있는 찌뿌둥한 그림자가 드리워 저 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