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뱃멀미 후면 밥맛도 돌아오고
저녁 식탁의 주 메뉴가 생선회로 나왔다.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회를 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주니어 식탁 말석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해양대학 학생인 실습기관사 S군이 두 손으로 잘 보이지 않게 단속이라도 하듯 무언가 감싸 들더니, 식탁을 일어나 밥통이 놓인 자리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간다.
가만히 보니 밥이 모자라서 더 푸러 밥그릇을 들고나가는 모양인데, 밥그릇을 가리듯 손으로 감춰 잡은 채 슬금슬금 내가 앉아있는 식탁의 눈치를 보아가면서 그렇게 나선 것이다.
-왜 밥이 모자라서?
지나가는 말 같이 물어보았다.
-아, 예~에
정곡을 찔린 당황함에 쩔쩔매듯 응답하는 모습을 보며,
-여기는 학교 기숙사 같지 않아서, 걱정 말고 더 가져다 먹어도 돼!
녀석이 너무 긴장하여, 실수라도 할까 봐 걱정이 들 정도라 한결 부드럽게 말해준다.
-예~에.
발걸음을 멈추며 엉거주춤 서려던 모습으로 대답한다.
-어서 가서 더 가져다 먹어.
손사래를 쳐서 어서 나가라고 해준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며 대답하는 그 애의 모습 속에서 또래의 자식 생각도 잠깐 겹쳐진다.
녀석의 나이는 바로 우리 집 막내와 동갑인 것을, 승선 시의 서류로 이미 확인하고 있었다.
-그래, 이제는 살만 한모 양이지?
이번에는 우리들의 대화 모습을 보며 수저를 놀리던 기관장도 한마디 거들고 나선다.
지난번 포항을 떠나면서부터 태풍 BOLAVEN의 여파로 배가 제법 흔들렸을 때 실기사인 S군은 실항사인 동기생 J군과는 달리 배 멀미를 하느라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며칠 고생한 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배 안에서 혼자 만이 멀미를 하여, 자리보전까지 했던 일이 좀은 미안하고 계면쩍었을 거다.
날씨도 회복되고 밥맛도 돌아오니, 당기는 입맛 역시 참을 수 없어, 체면 불고하고 밥통을 찾아 나서던 중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니 얼굴이 절로 붉어진 것이겠지.
-어 괜찮아, 많이 먹어서 다음번 황천 때는 멀미하지 않도록 해라.
쑥스러워하는 녀석에게 마음 놓고 밥을 더 갔다 먹으라고 일러주며, 더 이상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은 양 눈길을 돌려준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한 듯이라 했던가 그 옛날 해대 기숙사 생활이란 가두리 안에서 눈치에 둘러 싸여 주눅 들어 살아가던 때 밥숟갈 놓기가 그렇게나 싫었던 아주 배가 고팠던 시절을 나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마음 놓고 식사를 더 할 수 없었던 그 시절, 조금 더 먹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고 힘들어했던 하급생 시절을 어찌 지내고 어느새, 상급생이 되어서는 슬그머니 눈치를 봐가며 이중 식사의 유혹에 빠져 본 그런 시절을 우리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몸 둘 바를 몰라 당황해하는 그런 실항사의 태도와 심정을 훤히 꿰고 있기에, 취해주는 후배를 배려해 준 행동이다.
하지만 안보는 척 눈길을 피해 주었던 밥을 담아 제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슬그머니 다시 살피는 건 심술보다도 정말로 밥을 더 먹어주었으면 바라는 마음때문이다.
녀석은 처음 밥을 담았을 때보다도 더 많아 보이는 양이 담긴 밥그릇을 앞에 가져다 놓고 다시 식사를 재개한다. 요 근래 멀미하는 실습생으로 그를 처음 보았지만, 이제 멀미에서 완전히 회복된 모습을 보면서, 한번 경험을 했으니 어지간한 황천에는 더 이상 멀미를 느끼지 않고 지날 수 있을 거라는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