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가 본선에 접근할 때 바람의 상태를 알려주는
사진의 왼쪽 램프 마스트에 올려 있는 홍백의 깃발이 윈드 속(Sock) 임, 바람에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본선 위를 흐르는 바람의 진행 방향을 접근하는 헬기에게 알려주는 일을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항구에서는 볼 수 없지만, 외국에서는 도선사가 승선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교통수단으로 도선 보트 대신에 헬리콥터를 쓰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기동성과 어지간한 파도로 보트를 사용함이 힘들 때라도 헬리콥터는 괜찮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외국 도선사들은 이를 선호해서 보트에서 헬리콥터로 그들의 도선을 위한 승선 수단을 바꾸어 가는 중이므로 요사이 외국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본선에선 이런 헬리콥터가 본선에 접근하여 갑판의 해치 커버 위에 안전하게 착선하게 하려고 헬리포트의 마킹을 정확히 해줘야 하고, 또 접근할 때에 바람의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깃발이나 윈드 속(Wind Sock)을 게양하여 주고 있다.
이를 위해 본선은 중간 Lamp Mast 에다 언제라도 윈드-속을 게양할 수 있게 미리 파이프와 도르래와 줄을 가지고 게양대를 만들어 놓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신조(新造) 때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근래에 본선의 선원들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부착시킨 것이다.
이제 세월이 지나 그걸 처음 만들어 써오던 사람들이 연가로 다 하선하고 다른 사람들이 대신 교대한 승선 생활로 이어지면서 그들은 누구나 윈드 속 게양대는 당연히 그곳에 있는, 있어야 하는 일이겠거니 믿어 버리는 일로 되어 버렸다.
그런 생활이 계속 진행되니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그 물건의 내구연한이나, 기타 소모성의 나일론 기류 줄이 장기간 외부에 노출되어 약해진 상태가 된 것도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채 지나는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본선에서 윈드 속을 게양할 그 일을 처음으로 정착시킨 사람이 사실은 나 자신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헬리콥터가 뜨고 내릴 때 혹시 프로펠러에 의한 강한 바람에 의해 약해진 줄이 끊어지거나 도르래가 탈락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것이 그대로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위를 덮치기라도 하면, 별것 아닌 것이 큰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일에 대한 안전수칙이라도 만들어 지켜야 할 것이란 생각이 떠오르니, 3 항사를 아침 미팅 시간에 내려가도록 했던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오늘은 내가 직접 참여하여, 모레면 도착하는 Hydrographer Passage에서 사용해야 할 그 게양대의 상태를 미리 면밀하게 살펴보도록 지시하기로 맘을 먹었다.
안전은 이렇게 생각날 때마다 챙기고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어제 빈방의 매트리스를 허가 없이 가져간 사람의 이야기를 하였는데, 바로 그 행동을 한 사람은 실기사이며 승선했을 때 자신에게 배당된 방에 제대로 된 매트리스가 없어서 그랬다는 이야기를 실항사가 전해준다.
혹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여 아침 미팅 시간에 윈드 속에 대한 지시를 끝내고, 매트리스가 필요해서 가져간 사람을 알고 있는지를 물었을 때 나온 대답이었다.
정식으로 실기사가 그 매트리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장부를 수정하도록 일항사에게 지시하며 그 일의 뒤처리는 끝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