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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과의 동승은 싫어요

도저히 같이 타기 싫은 사람

by 전희태
090412 007.jpg 선수는 늘 이렇게 밀고 나가고 있지만...

사람이 사람을 불신하고 아니 미워하고 싫어하여 서로 상종하기를 꺼려하는 상태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주고받는 양쪽 모두는 물론이고 옆에서 보는 제삼자에게도 껄끄러운 상황임에는 틀림없는 일 일 게다.


우리들은 선내 생활을 이야기할 때, 통상적으로 <한 솥의 밥을 먹는다.>는 의미를 강조하곤 하는데, 이는 배를 탄다는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돈독하고 서로의 의리도 남다른 생활을 하는 집단으로 남 보기에 자랑할만한 생활인이라는 이야기를 부각하려고 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표현이 오히려 허울 좋은 이야기로서 자신들의 주위를 미화하기 위한 상투적인 말로만 그렇다는 게 아닌가? 하는 쪽으로도 볼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있어 보인다.


아직 정식의 연가를 부여받으려면 최소 반년 이상은 더 승선 기간을 늘려야 하는 입장인 바로 지난 항차 국내를 떠날 때 승선한 이기사가, 이번 귀항 시 본선에 승선할 교대 예정자로 연락 온 사람들의 명단을 보다가, 그중의 한 사람인 기관장과는 승선 생활을 함께 할 수가 없으니 자신이 내려야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한 항차만 승선할 예정으로 통보해 온 기관장을 굳이 기피하여 하선할 경우의 어려운 사정이며, 그럴 경우 그에게 다가올지도 모를 불이익을 이야기하며, 한 번 더 재고해줄 것을 말해 봤지만 하선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굳어서 뜻을 굽히지 않기에 더 이상 설득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후임자를 구해주도록 회사에 요청하였다.


일반 보통 선원도 아닌 사관으로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걸 보며, 요사이 젊은 신세대인 이들 젊은이들의 호불호(好不好)가 너무나 분명한 사고방식을 다시 한번 확인받은 기분은, 참신하게 봐주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떨떠름한 입맛을 다시게 한다.


그들은 경우에 밀리는 사안일지라도 자신이 싫으면 싫은 것이니 그만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자신의 뜻을 끝까지 관철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가 있는데 이번 케이스는 지난번 승선했던 배에서 그 사람을 윗사람으로 모시고 근무했었는데 도저히 함께 승선하는 것이 어려워 연가가 되자마자 자신이 먼저 내렸던 것이란다. 그런데 이 배에서 또 그 사람을 모셔야 하는 일을 되풀이하라는 요청은 비록 한 항차라고는 하지만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하선하겠다는 것이다.


보통의 인사 상황이라면 윗사람이 밑의 사람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인데 이번 경우는 밑의 사람이 위의 사람에게 비토를 넣는 일종의 하극상(下剋上)적인 일이다. 하지만 하선 요청을 하는 O기사의 입장으론 타당한 이유가 되는 것이니....


세월이 변해 가는 그만큼 우리들의 사고방식도 따라가야 한다고 볼 때 이번 일도 예전의 척도로만 재어서는 제대로 해결책을 낼 수 없고, 왜 밑의 사람에게 불신받는 윗사람이 되었는지도 살펴야 할 일이란 생각도 든다.


그런 점이 꼭 참고가 되어야겠다는 뜻에서, 보고서 상 하선 요청 사유를 정확히 밝혀 회사로 통보해줬다.


통상적으로 지금까지 연가 이외의 특별한 하선 신청은 <결혼을 하려고 한다든가> 아니면 급히 내려야 할 이유를 그럴듯하니 만들어 내고들 있지만, 이번 일에는 하선을 원하는 사람의 마음이 불편한 대인 관계를 구실로 꼭 내리려 하니, 본선 운항 예정이 지장 받지 않게끔 후임자를 보내달라는 뜻으로 보고한 것이다.


신세대의 무분별한 행동을 성토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보기 이전에, 왜 그런 약점 내지는 빌미를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고 있는지를, 즉 윗사람의 처신이 잘못된 관행으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닌지를, 확실하게 밝히고 싶은 마음 또한 있었기에 회사에 통보를 하면서 정확한 상황을 설명하여 보고 한 것이다.


내 보고를 받아 들은 회사의 직원은 내리겠다고 말하는 이가 철없이 행동하는 요사이의 젊은이들의 무턱대고 뻗대는 심보로서 그런 것은 아닌지? 와 혹시 본선이 일이 많은 힘든 배라는 소문으로 어려운 일을 기피하려는 때문은 아닌지? 하는 두 갈래로 이야기를 한다. 내가 중점적으로 생각한 의도를 약간은 간과하고 있는 듯했다.


이 일을 보고 있는 내 안목은, 첫째로는 지금까지 한 달 여를 함께 생활하면서 본 이기사의 모습이 위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런다고 보기에는 너무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이었고, 다른 이들과도 잘 어울리는 외향적인 사고방식의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새로 승선 하련 다는 이의 소문이 결코 유쾌하거나 좋은 이야기만이 아닌 조금은 부정적인 품평도 들리는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통솔하며 일을 시킬 때 그들의 마음을 다독여가며 이끌어 준다면 아무리 힘든 일을 하더라도 별 불평이나 불만이 없이 다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으며 일을 완수하는 것이 경험상 느껴지는 상하 관계이지만, 별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인간적으로 약이 오르게 깐깐하게 굴고 마치 괴롭히려고 작정이나 한 듯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스타일의 상사라면, 좋아하고 따를 부하는 특히 요사이 신세대에게는 어림없는 일이다.

한술 더 떠 배척하는 일마저 서슴없이 마다하지 않을 그런 세월이 어느새 우리들 주위에 다가와서 그늘 지워주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쉰 냄새를 풍기는 쉰 세대로 변해진 건 아닌지 주위를 살피며, 내 몸 단속을 열심히 해야 할, 어느 결에 내 곁에 찾아온 세월을 주춤거리며 인정해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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