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회복된다는 데..... ,
지금 발달하려고 뭉그적거리고 있지만, 거의 북서나 서쪽으로 움직일 저기압을 180마일 이상 떨어져서 가는 게 좋겠다며 북위 9도 선까지는 북쪽으로 코스를 정하고 항진하라는 항로 추천 회사의 권고 전문 따라 어제 낮부터 000도 코스로 달려오던 침로를 다시 원 침로로 향하게 331도로 정침을 바꿨다.
원 침로는 335도였지만 025도만큼 오른쪽으로 꺾어서 달렸기에 전체적으로 항정이 20 마일 정도 늘어나며, 다음 변침점까지의 코스도 4도 정도 더 왼쪽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저기압으로 기상도에 나타난 지 이틀이 지났고 주목하고 보아야 할 상황으로 판단되어 코스를 바꾸도록 하였는데, 하루 만에 역시 예상한 대로 저기압은 열대성 저기압으로 등급이 높아져, 북쪽을 향해 10노트로 움직이던 상태에서 아침부터는 예상보다 빨리 북서쪽으로 변해가며 10노트의 속력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저기압더러 어서 빠른 속력으로 움직여서 우리 배가 지나가야 하는 위치에서 될수록 멀리 떨어져 나가기를 비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아직은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고, 또 열대해역이니 기상이변을 이야기할 정도의 어려움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은 조급하여 주위를 경계하며 달리고 있던 해상 상태다.
바람은 별로 없이 잔잔하나 너울이 좀 있었으며, 하늘은 수평선 왼쪽으로는 둥그렇게 터져 햇볕이 보이며 맑아 있건만, 오른쪽은 짙은 구름으로 뒤 덮여 하늘 조차 짙은 회색이라 은근히 기분을 주눅 들게 만들고 있다.
이제 그 푸른 하늘이 많이 있는 왼쪽으로 재차 돌려서 정침을 하고 나니 그래도 한결 마음이 풀어진다.
점심 식사 후 오늘따라 피곤한 느낌에 잠깐 낮잠을 한숨 잤다.
한결 개운해진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 오후를 맞이하는 데 마침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한 가지씩 전해져 나를 기다리고 있다.
좋은 소식이란 마음속으로 은근히 걱정을 품고 있던 저기압이 비록 커지기는 했지만 19노트의 빠른 속력으로 확실하게 북서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머무르며 움직이고 있는 위치가 우리와 480 마일 이상에서 더욱더 멀어지는 현상을 보인다는 기상 통보이니 한걱정 덜어도 될 일이라 아주 기쁜 소식인 것이다.
한편 나쁜 소식이란 비록 부하 선원의 개인적인 일이지만 금융신용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 있는 일이 발생하여 회사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L 모 CARD가 연체되어 그 채권단에서 서류를 법원으로 넘기겠다는 전화 연락을 받은 회사의 노정 팀으로부터 법원으로 서류가 넘어가기 전에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금전적으로도 유리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 진 것이다.
사정을 알아보니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인 상대방을 믿어 준 것이 빌미가 된 어처구니없는 금융사고이다.
자기의 이름으로는 카드를 개설할 수 없다는 친구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여, 자신의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하여 돈까지 좀 넣어 놓은 후 비밀번호도 알려 주면서 통장을 넘겨 주었단다.
그 정도의 돈을 빌려주면 다시 일어나겠지, 하는 순수한 마음에 친구를 돕는 뜻으로 한 행동이었단다.
그런데 그친구라는 작자는 받은 통장을 이용하여 L 모 카드를 만들었고, 통장의 돈 까지도 다 사용하였으며, 만든 카드 마저 사용하기만 하고 돈은 물지를 않은 연체 사고를 일으킨 것이란다.
당연히 카드 발급에 명의를 빌려준 셈이 된, 본선 선원이 호주에 있는 동안 만들어 수령했으니 명백히 카드 발급 신청이나 카드 수령은 모두 다 불법적인 행위로 이뤄진 것이다.
회사에 연락하여 그런 사정을 알리고 본인이 입항할 때까지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일로 일차 조치를 끝내주었다.
뱃사람들의 턱없이 타인을 믿기만 하는 그 티 없이 순수한 성품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일로 서, 당하고 난 다음의 그 쓰라린 마음 짐작하기도 싫다.
회사가 최선으로 해 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주도록 부탁하면서 일을 끝내게 하였다. 당사자인 이항사는 배신의 쓴맛에 영 입맛을 버리기라도 했는지 식사까지 거르며 황당함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그리도 세상 물정에 어두운 이항사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끌-끌 혀를 차지만, 그 순수한 심성에 대해서 어리석었다고 흉을 보거나 비난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그런 친구의 호의를 최악으로 갚고 있는 상대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모르는 그 사람에 대해 마치 내가 당한 내 일 같은 맹렬한 미움이 솟구치니 나 자신도 놀랄 지경이다.
선의로 베푼 우정에 대해 얼굴에 철판을 깐 듯한 막가는 행동을 해서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던 이가 부하 직원 중에 있다는 것이 애가 타는 일로 내 앞에 나쁜 소식으로 떨어진 일이다.
믿었던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배신감으로 인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를 부하 직원을 입항하는 그 날까지 보살피면서 잘 지켜봐야 할 일이, 이제 나쁜 소식이 나에게 짐으로 남겨 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