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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속과 연료 유의 씀씀이 관계

목표 경제속력을 이행함이 당연하구나.

by 전희태
090419 001.jpg 구상선수의 모습


지난 항차까지는, 회사가 매년 연초만 되면 공식적으로 지정 발표해오던 BUDGET TABLE 대로 SPEED를 내지 못한 상태로 항차를 이어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피드의 저하가 뜻하는 의미는 결국 연료 유를 일일 소모량 대로 다 쓰지 못하는 경우란 뜻이기 가 쉽다.

연료 유는 연료 유대로 쓰면서도 속력을 못 내었다면, 기름 값이 운항비에서 차지하는 퍼센트로 볼 때, 아주 잘 못하는 운항 패턴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연료 유를 아끼는 것도 운항 비의 큰 절감-즉 이익 창출의 극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니 본선에선 될수록 연료 유의 소모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회사는 각 선의 이런 비슷한 상황을 알고 있기에 조금은 모른 체하며 넘어가 준 사례로 우리들을 대한 것 같다.


비싼 기름 값을 생각해 볼 때, 소모량을 예정 량보다 적게 쓰도록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로 보았기에 굳어진 관례가 아닐까?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꼭 써야 하는 데 너무 안 쓰는 것 역시 바람직한 일은 아니겠기에, 회사는 금 항부터 본선의 예산에 반영하고 있는, 발표된 예정 량보다 일당 5톤 정도 적게 사용하며 항차를 진행해오든 지금까지의 본선 관행을 무시하고, 지시된 예정 량을 전부 사용하도록 강력히 요청해 왔다.


장기간에 걸친 계속되는 연료 절감을 염두에 둔 기관 운전에서, 사람도 그에 동화되지만, 배는 더욱더 그런 패턴에 빠져 들어, 자체 성능이 저하된, 제한 조차 생긴 것으로 판단한 때문인 것 같다.


용불용설이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사물에도 해당되는 사항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본선은 스피드가 없는 저속선이라는 인식에 빠져 들었고, 대양에서 타선에게 추월당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에 쉽게 이어져, 비싼 기름을 축내는 식의 과도한 운항은 피하려는 나름대로의 현장 판단이 기름을 아끼는 쪽에 힘을 실어주며, 하루 5톤 정도 덜 쓰는 형태로 지내오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적게 쓴만큼 속력이 떨어지니 그만큼의 운항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생각해야 할 일이다.


회사로부터 매년 본선 실적에서 선속이 BUDGET SPEED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니 회사의 방침대로 속력을 더 낼 수 있게 RPM도 지속적으로 올려서, 지시 침이 지시 창내 지정해 준 범위 내에 머물 수 있도록 해 주고, 결과에 나타난 기관의 상태도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으니, 사실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두려워했던 자세에서도 벗어날 수가 있어 좋아 보인다.


따라서 일당 42톤의 연료 유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그 결과를 면밀히 체크하고 검토하기로 기관장과 숙의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출항 후 지시된 일당 42톤의 연료 유를 그렇게 사용하며, 우선 스피드부터 체크하니, 그동안 37톤 정도 사용하며 11.5 knots 정도 나가던 속력이 평균 13 knots 정도를 유지하며 잘 달리고 있는 것이다. 단 날씨가 그리 나쁘지 않은 경우의 이야기이기는 하다.


우리의 왼쪽 앞에서 꾸물거리고 있어 혹시 우리의 속력이 빠르지 못할 때, 가까이 접근될까 봐 걱정했던 태풍 SAOMAI도 그런 속력으로 달려온, 12시 위치에서 점검해 보니, 이미 무사히 지나쳐서 점점 벌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어제 비가 많이 오며 바람도 수월찮게 불던 바다에서, 혹시 속력이 더 떨어질까 봐 걱정도 하였으나, 기름을 그만큼 더 먹는 상태로, 제법 차고 나가는 속력이라 어렵사리 지나칠 수 있었다.


나중에, 그런 기상 상황이 바로 새로운 TD(열대성 저기압)가 생기던 와중(渦中)을 헤쳐 나온 때문인 것을 알게 되니, 연료 유를 좀 썼어도 빨리 빠져나왔다는 사실은 꽤 괜찮은 것이구나! BUDGET SPEED의 유지가 꼭 필요한 사항임을 다시 깨달아 본다.


마치 손에 손을 잡고 줄을 서듯이 필리핀 서쪽과 필리핀 동쪽에 있는 두 개의 열대성 폭풍. 또 사이판 부근에 있는 다른 한 개의 태풍, 이 모두를 등 뒤로 보내고, 이제는 목적지인 호주를 향해 거리낌 없이 달리는 이 기분.

요 며칠 그들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했던 그만큼 기쁨도 상큼하니 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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