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은 훈련처럼 훈련은 실전처럼.
예정하고 있든 퇴선 훈련을 하려고 화재진압 훈련을 시작한다. 이어서 화재진압에 실패하여 배를 버리고 떠나려 한다는 시나리오로 퇴선 훈련의 막바지에 돌입한다.
지난번 외부감사에 대비하여 자체 훈련을 하던 중 1번 구명정을 내리다가 하강 장치의 브레이크 계통에 문제가 발생하여 제대로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되었었다. 하여 1호 정의 하강은 포기하고 2 호정을 내려 보고 훈련을 끝냈지만 브레이크 계통을 손보는 대대적인 선내 수리가 있었다.
그렇게 수리한 후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터라 그때와 같은 일이 또 발생하더라도 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하고 내리기 시작했다. 역시 수리가 잘 되어 브레이크 레버를 들어 올리면 잘 내려가고, 레버를 내려주면 브레이크가 잡혀 그대로 멈추는 일이 잘 되었다. 문제는 DECK LINE까지 내리고 난 후 발생하였다.
이제 그 정도면 잘 수리되었다고 여기며 다시 수납하기 위해 공기 모터를 장착시켜 끌어올리려고 하는데 푸르륵~ 거리며 몇 바퀴 돌다간 힘을 못 쓰고 멈추어 서서 도대체 보트를 제자리로 올려 수납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 보트 덱크에서 그러고 있는 모습을 브리지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답답한 마음이 들며 수리를 잘했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연가로 광양에서 내린 수리에 참여했던 기관부 사람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수리를 다시 해야 할 각오를 다지며 훈련은 종료시키고 수리할 사람들만이 남았다.
혹시 브레이크의 풀림으로 인해 보트가 그대로 풀려나갈 경우를 대비하여 와이어에다가 체인 스토퍼를 채우고 기어박스를 개방했다.
-'스르륵’ 소리를 내며 와이어가 늦춰지더니 ‘덜커덕’ 걸리는 소리가 들리며 체인 스토퍼에 장력이 생긴다.
제대로 체인 스토퍼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번에는 다른 모터를 가져다 끼우고 브레이크를 열어놓으며 찬찬히 돌리기 시작한다.
한번 도는 가 싶더니 ‘퍼벅’하는소리를 내고는 그대로 꽉 잡힌 듯 치차가 움쭉할 생각을 안 하며 멈추어 선다.
이 방법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다시 브레이크의 핸드레버를 최대로 잠그고 난 후 돌리기 시작하니 이번에는 조금 힘든 기색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슬슬 와이어를 끌어올리는 모양을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레버의 자리에 표시를 해주고 앞으로 사용할 때 참고하도록 해요.
기관장이 숨 가쁘게 이야기를 하니 조기장이 끌을 들어 그 자리를 두드려 표시를 해준다.
-에어 압력이 좀 작은 것 아니야?
아무래도 모터의 돌아가는 소리가 약한 게 아닌가 생각 중인데 기관장이 그런 말을 하니 일기사가 얼른 기관실로 연락을 취해 압축 공기의 압력을 좀 높이라 연락한다.
잠시 후 감겨 올라오는 소리도 속도도 한결 나아지고 드디어 보트는 제자리로 들어가 수납되었다.
-지난번에도 우리가 먼저 훈련하느라고 1번 보트(구조 정을 겸한 엔진이 있는 보트임)를 내려 보다가 고장 난 상황을 발견했었는데 이번에도 훈련 중에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먼!
뒤처리를 하며 흩어지려는 사람들 중에 있던 기관장을 보고 이야기를 건다.
-그러네요, PSC 검사관이 보는 앞에서 했는데 저런 일이 발생했다면, 생각하기도 싫군요.
또 이렇게 중도에 꺾인 훈련으로 되었지만 그래도 결함을 발견하여 실전에는 미리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을 수확으로 여기며 모두를 모아 놓고 훈련 결과에 대해 강평하려던 것은 취소하고, 며칠 후에 다시 한번 퇴선 훈련을 할 것이란 예고를 선내 방송으로 띄우게 하며 방으로 올라왔다.
실전에 대비한 훈련으로서는 실패한 셈이지만, 결함이 있는 부분을 사전에 발견하여 수리 보강 등의 대처를 미리 하게 만든 점에선 성공한 셈이다.
행여나 외부기관의 점검을 겸한 훈련에서 발생했다면 많은 불이익을 감당해야 하는 크나 큰 결함 사항으로 지적될 수도 있는 건데, 그렇게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따지고 보면 실패한 훈련은 아니라는 자평을 챙기며 자체 훈련을 끝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