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무나 잘 맞는 내 예감

그래 그 일은 잘 될 거야

by 전희태
JJS_1811.JPG


어제 오후 과업이 끝나는 시간까지, 우선은 당장에라도 있을 수 있는 급한 접안 상황에 대처하려고 기관의 시동을 ECR에서 안 하고, 주기 옆에서 직접 실시하는 수동식 방법으로 고쳐두고 있었다. 현재의 고장 개소를 다시 고치지 못할 경우에도, 접안 작업 및 입출항까지도 해낼 수 있는 일차 비상 준비로 해둔 일이다.


준비는 그리 해 두었지만 아직 접안 예정 시각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어, 기관부는 오늘도 아침부터 완전한 수리를 위한 고장 개소를 찾아내기 위한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아무래도 완벽하게 수리를 끝내 두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일이란 판단이 서는 거고, 접안 작업 전에 수리할 시간도 충분히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나고 있는데도, 기관사들은 아직 식사하러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식사를 이미 끝내고도 그들을 기다리느라고 자리를 뜨지 않고 있던 중, 이제는 일어서려 작정을 할 때쯤, 기관장이 나타난다. 뒤이어 일기사를 비롯한 전 기관사들이 식당으로 주욱 들어선다. 모두들 시꺼먼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 차림새이다. 다시 식탁에 앉으며 조심스럽게 현재 수리 상황을 물어본다.


고장 전과 같이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이 해결되었지만, 무엇이 고장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를 아직 정확히 꼬집어 내지 못한 상황이라 이야기한다. 그 말도 나의 물음에 금세 대답한 것이 아니고, 한참 동안 골똘히 무슨 생각에 빠져 있다가 해준 말이다.


그 고쳐졌다는 이야기는, 이미 식사가 끝났지만 그 자리에 앉아 기다려주는 성의까지 보이든 나를 보아서도 기쁜 소식이니 알려 주는 게 타당한 일이 아니었을까? 제일 먼저 나에게 이야기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꼭 물어서야 대답을 하고 말이야,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치솟았다. 내가 묻지 않았으면 그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태세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관장은 지금 고장의 원인만 찾아보려고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거라 여겨진다. 하여간에 그 소식은, 수리되었다는 결과로 보면 기쁜, 바라던 대로 된 것이다.


이제 지금까지 있든 내 마음속의 갈등을 나 혼자의 것으로 인정하여 털어내기로 작정을 하면서, 분위기를 좀 편하게 만들어 보리라 말머리를 돌려 이야기하기로 한다.


-어제 고장이 났을 때, 나는 꼭 고쳐질 것이라 믿어져서 크게 걱정은 안 했어.

무슨 뜻의 말인가 의아해하는 기관장의 표정이 재미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슨 일을 당하였을 때, 예를 들어 물건을 잃어버렸을 경우 같은 때에, 잘 해결되리라는 믿음이 있거나, 꼭 찾아진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는, 어느새 좋은 쪽으로 일이 해결되었고, 잃은 물건도 쉽게 찾아지곤 했더랬어.


-더군다나 쉬워 보이는 일이라 해도, 그런 맘이 들지 않는 반대의 경우로 느꼈을 때에는, 틀어지고 해결이 안 되는 쪽으로 흘러가더군.


-그런데 어제 주기관 고장의 일도 해결이 잘 되리라는 예감이 들어 크게 걱정은 안 했던 거지.

기관장은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기는 했지만, 좀 이상한 느낌이 드는지 나를 쳐다보며 미소 짓는다.


-자, 그럼 늦은 식사지만 맛있게 많이 들어요.

방금 수저를 드는 그에게 인사를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내 예감대로 고쳐진 CONTROL ROOM MANEUVERING SYSTEM을 사용하여 부두로 향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니 은근히 스트레스로 남을 수 있던 한 가지 걱정이 덜어지게 된, 그 자체도 즐거운 것이다.


어쨌거나 수리를 잘 해낸 기관사들의 능력과 실력이 좋았던 것이 해결책을 이루어 낸 제일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 인정하지만, 내 욕심의 생각은 결국 내 주위에서 발생한 어떤 일에 대한 결과를 그 일을 당했을 때 갖게 된 내 예감의 향방 그대로 이루어진 경험을 내 능력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또 한 번의 경험을 이 일에서도 또 더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시드니 올림픽이 시작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