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항차에는 낚시도 잘 안되고...
뉴캐슬을 찾아올 적에, 하루라도 닻을 내려 외항에서 대기할 예정이 있으면, 그때마다 낚시가 가장 잘 되는 곳에다 투묘를 하려는 심정이 제일 먼저 찾아들곤 한다. 엊그제도 그런 자리를 찾아 가려다가 현재의 위치에 들어오게 된 셈인데, 릴낚시를 준비해 온 2항사를 비롯하여 낚시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마다 고기가 안 잡힌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다.
하기야 그제 도착하자마자 예상치 못했던 기관 고장으로 인해 엊저녁까지 거의 이틀간을 고장 난 Maneuvering System을 붙들고 일하던 기관 부에게 눈총을 받지 않으려고 조심하느라 낚시질에 눈 돌릴 여가가 적기도 했다. 그래도 오후 과업이 끝난 시간에 살짝살짝 낚시를 넣어 본 사람들이 하나 같이 고기가 안 잡힌다고 시무룩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젯밤에는 큰 수리도 끝나 원상태로 돌려놓았으니 본격적으로 밤낚시를 시도했지만 자칭 꾼 이라며 폼을 재 보던 이항사까지도 손을 놓으며 철수하는 걸로 보아 진짜 고기가 안 잡히는 곳을 찾아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너무 안 잡힌다는 말만 듣다 보니, 어제는 바람이 좀 일어서 낚싯줄이 계속 밀려가고 있었기에 힘들었을 것이라 여겨보기도 했지만, 혹시 우리 배와 자리바꿈을 하여주고 부두로 들어간 일본 NYK의 배가 너무 싹쓸이하듯 이곳의 고기들을 낚아 버렸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우스개의 의심도 해 봤다.
아니면 낚시를 하기 전부터 고기를 많이 잡을 테니까 나중에 부식으로 꼭 사달라는 부탁(?)의 우스개부터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말 한마디가 부정을 타게 만들어 고기들이 오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별 우스꽝스러운 이유까지 떠올려 본다.
일요일인 오늘마저도 주기관의 정비를 위한 작업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기관부 때문에 아무래도 낮 시간의 낚시를 즐기려는 사람이 줄어든 가운데, 내일 접안을 위한 도선사의 승선시간이 예정됐던 12시에서 3시간 반이나 당겨진 0830시에 이뤄진다는 전보가 왔다. 이번 항차의 고기잡이는 대충 그렇게 소득도 별로 없이 흘러가 버릴 모양이다.
배를 타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흥밋거리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어선과 상선을 잘 구별 못하는 이들이 제법 있어, 우리들 같은 원양상선 선원들에게 항해하면서 고기를 잡아 반찬으로 먹느냐는 물음도 종종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답은 상선에서는 자신들의 부식거리로 고기를 낚는 배는 없다, 이다.
비록 고기잡이를 하는 배-어선일지라도, 그들은 농부가 각종 식물을 키워서 소출을 얻는 것 같이 바다에 그물을 넣어 고기를 잡아 수입을 얻는 것이지 자신들이 먹으려고 고기를 잡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 뜻은 그들도 고기를 낚는 것이 자급자족하는 부식을 챙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잡은 고기를 상품으로 팔기 위해 어로 작업을 한다는 뜻이다.
그럼 상선은 뭐하는 배냐 고 묻는다면, 차량이 도로를 이용, 운반하는 움직임으로 경제 활동을 하듯, 바다를 오직 대량 화물을 운반하는 길로 이용하는 배이니 고기잡이와는 더욱 멀어져 있다.이다.
그렇다면 상선을 타고 있으면서, 무슨 고기 잡는 이야기를 그렇게 해요?라고 묻는 이도 있을 거 같아 몇 마디 덧붙여 보면. 우리는 고기잡이가 주 임무가 아닌, 단지 외국 항에 기항하여, 닻을 내려놓고 외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에, 낚시를 담가 몇 마리의 고기라도 잡는 취미 수준의 생활로 즐기는 원양선-무역선의 선원인 거죠, 아다.
광산에서 석탄이나 철광석을 채굴한 후, 철도를 이용, 항구까지 옮겨서, 배에 실어, 수출하는 과정 안에, 20여 군데의 노조가 관여하고 있다는 호주는 그들 노조 중 한 곳만이 파업을 해도 선적이 불가능한 까다로운 나라이었답니다. 7,80년대에는 길게는 한 달 이상, 적어도 보름 정도는 외항에서, 기다려야 짐을 받으러 부두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외항에서의 투묘 대기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런 이력이 있는 호주에 기항할 때면,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는 그 시간에 낚시를 해서 시간을 보내고, 싱싱한 생선회도 즐기게 된 일이 자연스럽게 선원들 사이에 생겼던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제법 많이 잡혀 올라와서, 우리나라 선원들은 주로 푸짐한 생선회나 즉석 구이로 드는 반면에 중국 선원들은 건어물로 만드는 방법을 많이 썼던 것 같다.
오죽하면 호주 현지 신문에, 헬기를 타고 외항에 나와서 취재한, 건어물로 뒤덮인 배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문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났을라고요.
낚시를 하는데 유료 라이선스 제도가 있는 호주인데, 이런 대대적인 어로행위(?)에 대해 시민들의 불평이 없었을까? 짐작해 볼 정도였습니다.
그런 신문기사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파업도 줄어들었고 선박의 지체 상황도 많이 풀린 것은, 순전히 내 혼자 보고 느낀 생각 때문만은 아니라 여겨집니다.
근래에는 그들도 자성을 했는지 외항 대기 시간이 많이 짧아졌고 어떤 때는 도착 즉시 들어가게도 되어, 조황(?)이 별로인 때도 많기도 하지만 아직도 낚시에 물리는 고기의 종류는 여러 가지로 풍부하다.
계절과 하루의 물 때 그리고 해저 저질에 따라 손맛을 다르게 하며 끌려 나오는 고기의 종류도 여러 가지라서, 찾아올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고기가 올라올까 기대해보는 재미도 있다.
이곳 뉴캐슬 외항만 해도 터줏대감 같이 올라오는 도미나 양태가 있고 계절 따라 찾아오는 아지, 고등어, 갈치와 이름 모를 회귀성의 큰 고기도 있다.
지구 상 위도로서는 남, 북위라는 차이는 있지만 숫자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30도 대가 주류를 이루어서일까 이들 고기의 종류는 국내 연안에서 잡히는 고기와 비슷한 모양이나 맛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항차는 그런 적당한 크기의 녀석들을 낚아 보지도 못하고 어장을 거둬야 하는 시간이 낼 아침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래 릴 낚싯대에, 누군가는 그물까지 준비해 가지고 왔다며?
이번에 낚시 조황이 나쁜 것이 그런 사람들의 책임이라도 되는 양, 입을 삐쭉거려 보며 낼 아침의 부두로 옮기는 일을 대비하여 낚시 도구를 모두 수납하여 챙기면서 꾼들은 모두 철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