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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및 계기류 사전 점검

늘 비상시에 대비한 사전 준비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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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항구에 도착하거나, 떠나려 할 때, 이런 출입항을 하기 전에 제대로 기관 사용이 가능한지 기타 고장 여부를 미리 점검하기 위해, <S/B Eng.>(주*1)의 시작 최소한 하루 전까지는 기관의 사전 점검(주*2)을 시행해야 한다.

이때 항해 계기를 포함한 선내 모든 계기류 역시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여부를 함께 조사해서, 불량한 곳이 발견되면 즉시 수리를 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검을 수행했다는 시간과 검사한 결과와 시행한 조치를 항해일지와 관련 점검기록부에 정확히 수록하여 연관된 관계부처(PSC Surveyor 등)의 출항 전이나, 입항 후 점검을 시행할 경우, 서류로도 확인할 수 있게 해놓는 것이 항해의 완수 완성을 위한 제일 첫걸음인 셈이다.


지금 현재 배는 내일 새벽이면 도착 즉시, 도선사가 승선하여 바로 접안을 한다는 예정을 받고 있는 상태이니, 이 시간쯤에는 이런 사전 점검은 이미 끝내 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당연히 모든 계기류는 벌써 점검을 끝내었고, 이제 실제 엔진의 사용을 해 볼 시점이 지나고 있는 것이라, 저녁을 먹으면서 기관장과 일기사에게 식사 후에 기관점검 테스트를 시행하 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난감함을 표시하며 내일 새벽 도선사 승선 전에 실시하는 걸로 예정을 잡아두자는 의견을 낸다.

물론 항해 일지의 기록은 정시에 시험한 걸로 기록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일기사는

-어휴! 요새 너무 피곤하더니 감기 몸살에 걸린 모양입니다.

-만사가 귀찮은 게, 오늘 하루는 좀 쉬었으면 합니다.

애원하다시피 내일 새벽으로 미루자는 안을 제시하는 게, 애처로울 지경이다.


원래는 미리 검사하다가 혹시 취약점이라도 발견하면 즉시 수리할 시간이라도 갖게 하려고 최소 24 시간 전이라는 여유를 두고 실시하라는 지시를 받아야 하는 의무적인 일이지만,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리하랴 싶은 마음에 양보해주기로 작정한다.


사람이 이렇게 피곤하여 잘못되기라도 하면, 될 일도 안 될 일로 되는 거지 하는 마음에, 기관장과 일기사의 생각에 동의하며, 내일 새벽 다섯 시 반에 시행하기로 양해한 것이다.

너무나 많은 일들로 항상 바쁘고 일이 밀리는 기관부 사관들의 모습이 애처로울 정도로, 우리 배는 이미 허리도 아프고 등도 두드려 가며 살아야 하는 나이 든 사람 같은 배라는 현실을 감안하며 씁쓰레한 결정을 한셈이다.


그러기에, 바로 노후(老朽)하다는 그 자체가 역으로, 내일 새벽으로 미루어 놓은 점검 시간에서 만약에 이상한 일이라도 생기게 한다면 어쩌지? 하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황도 떠올려 보게 한다.

결국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을 그들 엔지니어들이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하련 다는 것을 나도 같이 믿어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내일로 밀어 준 예정한 시간에는 틀림없이 시행할 것이라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이 일이 내 직책상 의무를 잠시 접어둔 일이기에 더 이상의 양보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1 :S/by Eng. 선박을 이동시키기 위해 브리지와 기관실 간에 제일 먼저 취하는 준비사항.


주*2 : 이 점검에서는 비상시 기관 사용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는 일을 포함시키기 위해, 전속으로 가던 엔진을 정지시킨 후, 즉시 전속 후진을 걸어, 기관의 역전 사용으로 배를 어느 정도에서 멈출 수 있는가를 점검하는 항목도 들어있다.

항해 계기의 점검에는 기적(汽笛) 취명 시험, 조타기 시험 및 나침판 자이로 컴퍼스 검사, 레이더 작동, 항해등 작동 점검 등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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