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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C 점검을 대비하며

언제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항만국 통제(PSC)

by 전희태


MVC-416F.JPG 캐나다 밴쿠버 비씨의 PSC 검사관


새벽 다섯 시.

삐이~ 삐이~ 거리는 다섯 번 울려 나오는 소리가 닫힌 방문 넘어에서 들려온다. INMARSAT-A가 FAX로 들어오는 전문을 받으려고 울리는 전화벨 소리이다.

이렇게 새벽 이른 시간에 누가?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하니 다섯 시가 틀림없다.

자신들의 시간은 근무 중인 사람이 보내는 것일 터이니, 캐나다의 대리점이 가장 유력한 송신인 일거라고 생각하며 통신실로 간다.

통신실 옆방을 사용하는 통신장이 역시 나보다 먼저 전화 소리를 듣고 나타나서 받아 든 팩스를 지켜보고 있다.

-어디서 온 거예요?

하고 물으니

-포틀랜드 사무소에서 온 겁니다.

얼른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의 지금 행선지인 캐나다 로버츠 뱅크에는 회사 사무소가 없으니 그곳 대리점을 관할하는 미국 포틀랜드 사무소에서 이번 입항에 즈음해서 우리 배에서 챙겨야 할 일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주려고 전화해 온 모양이다.

-PSC 관련 이야기겠구먼.

어디서, 왜? 보내었는지 짐작이 가는 상황이라 혼잣말 같이 중얼거렸는데,

-예,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일과 대동소이합니다.

먼저 읽어 본 통신장이 대답하며 전문을 건네준다.

-그렇겠지요 뭐.

그래도 무슨 이야기가 있는가 대충 훑어보려는 눈길에 처음 들어오는 글자부터 심상치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입항시간이 몇 시 이건 간에, 도착 즉시 INSPECTOR(검사관)들이 올라와서 검사를 한다면서, 지난 8월에 그곳을 방문한 OOO포춘호는 저녁 8시에 승선하여 새벽 4시에야 검사를 끝냈다는 예까지 들고 있다.


배의 이름과 같이 행운은 많지가 않았던 모양이란 생각을 떠 올리면서 그 내용을 보는 순간 어떻게 해서라도 똑같은 큰 지적 사항은 없이 넘겨야 한다는 명제가 나를 엄습해 오며 답답한 기분이 든다. 이것이 바로 스트레스의 시작이지만 마음을 다잡아 결코 스트레스에 밀리지 말고 차분하게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법으로 풀어 보자며 스스로를 달래 가며 계속 읽어 나간다.


검사관들이 주로 체크하는 항목을 발췌해 두었다며 참고하라고 나열해 준 검사 목록에 눈길을 준다.

서류 정리하여 검사받는 항목도 몇 건 있지만, 그야말로 용접봉 불꽃을 튀겨가며 수리해야 할 사항들이 더 많이 있다. 용접 및 수리 사항을 규모 있게 진행하여 시간 내에 끝내려면 결국 수리와 정비를 총괄 담당하는 기관장 의견을 가장 많이 참조해야 할 것이다.


아침 식사 시간 기관장을 만나 팩스의 사본을 전해주며, 오전 과업은 지금껏 해오던 일을 예정대로 진행하여 될수록 빨리 끝내고, 오후 3시에 안전품질회의를 소집한다고 알려 주었다.

사전에 PSC 검사에 대비한 수리, 점검 등을 시행할 항목별로 나누어서 바르게 실시하도록 논의를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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