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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허송 시간이 아니라 꼭 필요한 휴식이라 우겨본다.

by 전희태
JJS_4201.JPG 태국 기항 중에 만난 해먹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 침실 옆 사무실로 돌아와 눈을 감은 채, 안락의자의 등받이에 온몸을 기대앉아 꼿꼿해진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며 편안함에 빠져들고 있다.

마치 해먹 안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을 때, 흔들어 주는 편안함 같은 느낌의, 배의 온갖 조용한 진동이 뭉뚱그려져서 저 아래 용골에서부터 사무실 바닥까지 전해지며 기댄 등받이를 통해 스며들듯 몸 안으로 찾아든다.

어느새 눈꺼풀은 제멋에 겨운 모습이 되면서 슬며시 끌어내려져 졸음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그 나른함에서 벗어나 보려고 몸을 몇 번 움찔거리고, 흔들어서 잠에서 깨 보려는 행동이 오히려 잠 속으로 더욱 빠져 들게 한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부터 찾아오는 아침 새벽이 되면 저절로 일찍 일어나지는 습관이, 하루의 이때쯤 이 되면, 몸의 피곤을 제 먼저 일깨워서 잠깐씩 낮잠을 재우는 기재로 작용하는 형편이 된 모양이다.


얼마 전부터 그렇듯이 졸음이 제일 많이 찾아오는 시간인 점심 식사하고 난 두 시간쯤 후부터, 정식으로 낮잠 자는 일을 시작해보기로 작정을 했다.


환한 시간에 잠을 잔다는 것이, 마치 내 생의 일부 환한 시간을 덧없이 흘려보내는 일 같아, 아까운 마음부터 들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내 사고방식이었다. 따라서 잠자는 시간을, 깨어 있지 않은 죽은 시간으로 여기며, 아깝다는 생각만 드니 줄이려는 노력만 경주하면서, 나폴레옹은 하루에 4시간만 자고도 일을 잘했다는 말에 솔깃해 하면서, 하루의 모든 시간은 될수록 깨어있는 쪽으로 늘이려던 세월로 살아왔던 것이다.


그렇게 오는 잠도 안 자고 버티기만 할 경우, 생의 3분지 1은 잠을 자는 시간으로 보내게끔 이미 설계되어 있는 인체에 언젠가는 치명적인 건강 악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과학적인 정보는 한참이나 지난 후에 알게 된 일이었다.


잠이 모자라 비실비실 졸면서 비몽사몽 간을 헤매고 있는 상태가, 실은 쓸데없이 보내는 시간이나 다를 바 없으니, 차라리 그 시간에 낮잠을 잠깐이라도 자서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게 진짜로 질 좋은 삶의 시간을 갖게 하는 과학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잠깐의 낮잠을 취하기 위해, 방안을 컴컴하게 만드느라 커튼을 내리고, 내복 차림 되어 침대에 누웠다는 생각까지도 나는데, 벌써 눈이 떠지고 잠에서 깨어나서 낮잠의 편안함을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

얼핏 시계를 보니 누울 때 보았던 시간에서 어느 결에 한 시간이 흘러가 있다. 그래도 머릿속이 개운하니 산뜻하게 맑아져서 상쾌하게 드는 기분은 그만이다. 낮잠을 청해서 쉰 보람을 가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아직 까지 인생의 3분의 1을 잠자는 시간으로 보낸다는 게 헛인생으로 보내는 일 같다는 느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찌꺼기를 남겨 가지고 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인생>에서 며칠간이나 낮잠 자는 일을 투정 부림 없이 계속 진행할 수 있을까?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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