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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더미를 발판 삼아 용접을 하다

선창 내부에서 용접 작업을 하려면.

by 전희태
AE1(2151)1.jpg 약해진 핸드레일을 교체하기 위해 산소절단기로 파이프를 절단하는작업을 하고 있다. 절단 된 후 새로운 파이프를 전기용접으로 붙인다



적도 해역 부근을 조용히 항행하고 있는 한낮이다.

바람과 파도도 조용하지만, 그래서 내려 쪼이는 햇볕이 더욱 뜨겁게 느껴지는 한낮이기도 하다.


후끈거리는 태양의 열기로 인해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갑판 아래 1번 선창에선 커버를 열어준 해치를 통해, 홀드(선창) 가득 실려진 석탄더미 위에다 빈 드럼통을 여러 개 내려주어 키를 높여주는 발판이 되게 만들어 놓고 지금 그 발판 위에서는 더위로 인해 온몸이 땀에 흠뻑 절은, 조기장이 올라서서 석탄더미 위에 덮어 씌워 준 캔버스 시트 커버 위에다 용접 불똥을 흩뿌려 떨어뜨려가며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다음번 캐나다 기항 시 예상되는 PSC 점검을 대비한 사전 준비의 일환으로, 엊그제부터 선내 각 부분을 둘러보며 찾아낸, 선체의 약해진 부위를 보강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1번 창 우현 뒷부분 해치 코밍 부위의 철판 용접 선에 금이 간 곳이 있는데 공선일 때에는 높은 곳이 되기 때문에, 짐이 실려 있는 동안에 그 위에다 발판을 만들어 본선 자체 수리가 가능하도록 해 준 후, 무더위로 힘이 부치긴 하지만, 용접 작업을 하고 있는 거다.


석탄더미 위에서 또 뜨거운 열기마저 있는 곳에서 불똥이 튀기는 용접 작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인지 잘 알고 있는 형편이지만, 수리작업 역시 안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모든 조심스러운 사전 조치를 다해 놓고 실시하는 용접 작업인 것이다.


예전 어느 배에서 이런 식의 본선 수리를 하다가 용접 불똥이 밑으로 튀어서 실려있던 화물에 불씨가 옮겨 붙어, 서서히 타 들어가는 화재가 발생한 것을 발견한 적도 있었다.

그런 상황을 또다시 재현시킬 수는 없는 일, 화재방지에 만전을 기하려는 뜻과 다 사용한 용접봉의 끄트머리가 석탄에 섞이는 것도 적극 방지하려고, 뒷정리를 깔끔이 하라는 명령도 내려두고 하는 작업이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제철소 용광로에 들어가는 석탄에 다른 쇠붙이가 섞여 드는 일은 제철소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금기사항이 되는 일이다. 따라서 이런 안전 수칙은 운송인으로서는 화주를 위해서 꼭 지켜주어야 하는 일이므로 매일 아침의 TBM 모임에 참석하여, 잔소리 같지만~ 하고 토를 달아가며, 불조심과 함께 작업 뒤처리를 제대로 하도록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나의 그런 고심을 알아들은 사람들이 용접봉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불똥이 혹시나 밑에 실려있는 석탄 위로 떨어져 은근한 불씨로 되살아나는 것을 방지하려고 용접 불똥이 튀어 떨어질 때마다, 그 위에 물을 뿌려주는 보조자를 옆에 세워 둔 채, 용접 일을 진행하고 있다. 어제 낮부터 저녁까지 시행하다가 남았던 작업 부위를 오늘도 계속 이어서 실시한 것이니 결국 만 하루 정도의 시간을 계속한 거다.


기껏해야 40cm x 20cm 넓이의 11 티(두께가 11 밀리미터) 철판을 바꾸는 일이 주된 일이었지만 부대 작업이 많고 무더위까지 겹쳐 저 그렇게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의 서베이어들은 검사를 위해 홀드로 내려갈 때면, 쌍안경을 꼭 지참하면서 20 미터가 좀 넘는 홀드의 위쪽 구석구석을 자세히 살피어 취약한 곳을 찾아내는 검사 방법을 쓰고 있다.

그런 그들의 검사 방법을 알고 있으니 우리는 실려 있는 화물-석탄-을 높이 돋우어 발판 삼아, 홀드의 천장 부근을 미리 가깝게 보며 점검해 본 것이고 그렇게 해서 발견한 약점이니 또 보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계속 다니던 호주로 배선되었다면 이렇게까지 PSC에 대비하는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되는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안목으로 보면, 일 년에 한 번쯤은 이렇게 좀 까다로운 곳도 다녀보도록 해서, 자체적으로 좀 더 철저한 정비를 하고 모자라는 점은 회사의 협조를 구해 배를 쓸 만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란 생각도 든다.


그것이 PSC 검사를 하는 진짜의 이유인, 선원과 선박의 안전을 이루고 지구 환경보호까지 책임질 수 있는 목적에 근접하는 방법도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단지 요번 케이스에선 겨울철 북태평양에 들어설 때면 필연으로 만나게 되는 황천 상황이 덧 붙여져서, 결코 반가울 수 없는 일로 다가서고 있는 게, 어쩔 수 없는 흠이지만 그것 역시 10월부터 계산하는 북태평양 겨울철에서, 11월 초에 돌아 올 예정을 가지면서, 그런 한 달 정도로 겹쳐지는 황천 예상의 날짜를 너무 두려워한다는 것역시 아직까지는 쑥스러운 일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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