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뱅크에 접안하다

인공적으로 만든 석탄 수출항.

by 전희태


E606(8084)1.jpg 캐나다와 미국의 접경구역에 공동 공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곳

불법 이민을 노리는 사람들이 스며들까 봐 양측 출입국관리들의 당직 태세가 매우 엄격하게 이행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걱정이 되던 혹시 원인을 잘못 파악하여 수리기간이 길어지면 어쩌나 하는 기우는 그냥 기우로 끝나 주었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한 수리가 저녁 1845시에 완전히 마감되어, 그 결과를 본선에 확인시켜서 만족함을 얻어낸 빅토리아 조선소의 수리 팀은 그렇게 기분 좋은 결과를 남겨준 후 하선했다.


수리와는 관계없이 날씨는 구름이 몰려들고 비바람이 한 번씩 훑고 지나는 어두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도대체 어느 정도의 저기압이 얼마나 가깝게 왔기에 이런 날씨가 되는가 싶어 받아 놓은 기상도를 다시 한번 열심히 훑어본다.

동그라미의 간격이 촘촘한 모양새를 한 저기압이 960 hpa 단위를 쓰며 밴쿠버 섬 서쪽 좀 멀리 떨어져 있는 해상에 그려져 있는 데 기상도의 한쪽 위에 쓰여있는 문구가 진저리 치게 만든다.


-Very dangerous storm이라고 써넣고 있는 것이다.


그 동그라미 부근에서 이 시간을 항해하고 있는 배 위의 선원들이 만약에 이 기상도를 받아 들은 상태라면 얼마나 기분이 상할까? 아니 기분 상할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건 사투라도 결행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야 이렇게 당내 부두에 접안해 놓은 배 안에 있으면서도, 그 폭풍이 가까워지는 걸. 싫어하고 있는데 말이다.


어느새 선적 작업 중이던 Loader도 바람이 좀 더 세어지니까 작업을 중단하고 있다.

그런데도 당직사관은 모든 선창의 커버를 열어 놓은 그대로 두고 있다. 상륙한 일항사로부터 당직사관이란 책무를 인계받은 2 항사가 아직 완전히 당직 상황을 습득 못한 때문인가 싶어 알려주려고 켜 놓고 있는 워키토키의 보턴을 눌러 2 항사를 찾았다.


응답하고 나서는 2 항사에게 지시를 한다.

황천이 예상될 때는 모든 선창을 닫아 두는 게 제일 먼저 할 일이니 어서 닫도록 하고, 아울러 두 대 모두 꺼 놓고 있던 타기(舵機) 모터도 한 대는 작동시켜 놓도록 일러주었다.


부두에 접안했을 때는 통상적으로 타기 모터는 모두 꺼 놓고 있지만 날씨가 악화될 우려가 있을 때는 한대는 켜놓고 있는 것이 안전한 일이다. 특히 투묘 대기 중일 때는 타기 모터 모두를 꺼 놓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파워가 들어가 있지 않아 힘이 빠져있는 타판(舵板)이 지나치는 파도에 이리저리로 밀리면서 치여서 꽝꽝하거나 마모되면서 약한 부분이 부러지는 불상사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두 접안 중이지만 약간의 쿵쿵거리는 선체 진동이 느껴질 때마다 창밖을 내다보며 지나치는 파도가 어느 정도 바람에 밀리는가를 확인하는 걸 잊지 않고 있다.


다행히 밤이 되면서 걱정했던 날씨가 점점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고 건너편 부두에서 빅토리아 등 밴쿠버 섬들과 왕래하는 페리선이 유유히 불빛을 밝히며 출항하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 저들이 운항하는 걸 보니 날씨에 더 이상 별일은 없을 모양이다.

하는 안도의 마음은 들지만, 잠시 후 바람소리라도 다시 들리는 듯싶으면 얼른 창 밖을 내다보며 확인하는 행동은 습관 인양 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느새 파도가 잦아드는 걸 느끼기 시작한다.


바람이 계속 부는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며 계속 흔들리는 상태는 더욱 아니라는 감에 마음을 실어주며, 황천에 대한 안심의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편한 사항을 갖게 하는 원동력을 따지고 보며 길이 460킬로미터, 너비 약 80킬로미터 면적 약 3만 제곱 킬로미터의 몸체로 북미 대륙에선 가장 큰 섬인 밴쿠버 섬이, 무서워 보이는 저기압들을 태평양 쪽에 두고 막아서서 보호해 주는 병풍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접안하고 있는 곳인 육지 로버츠 뱅크는 미국과 캐나다의 접경구역을 바로 이웃에 두고 있는 얕은 곳(Bank)에 인공적으로 섬을 넓혀서 부두를 만들어주고 그 옆에 석탄의 저탄장을 만들어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부두를 찾아온 선박에 석탄을 선적해 주는 설비가 있는 곳이다.


근래 부두의 다른 한편에 컨테이너 부두까지 새로 개설하여 더욱 바빠진 곳이지만 선원들이 상륙하여 쉬려면 밴쿠버 시내로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강제 ESCORT 당한 입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