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퇴소하는 마지막 날이라고 주니어 사관들은 숙소 지하실에 있는 노래방에서 간단한 다과와 함께 노래를 즐기도록 준비하여 주었고, 시니어 사관들은 회사의 담당 임원 및 직원과 함께 회식을 하게 되었다.
산중이지만 청평호를 끼고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민물고기 매운탕을 메뉴로 걸어 놓은 음식점이 부근에 제법 있다.
도착한 음식점에 차려진 식탁에서 보글거리며 끓고 있는 어탕을 보며 처음에는 메기 매운탕 정도로 무심히 보았으나 자리에 앉으며 이야기를 들으니 쏘가리로 끓여낸 매운탕이란다.
바로 그시간 까지도 나는 쏘가리라는 이름을 나의 어린 시절 고향의 독로강가에서 들으며 자랐던 한국 토종 물고기의 대명사 같은 그 이름에 대한 애틋한 정과 향수가 있어 그 고기는 먹기보다는 귀로 들으며 즐기는 이름만의 고기로 여기고 있었던 듯싶다.
헌데 그런 고기로 만든 탕이 앞에서 보글거리며 끓고 있으니 관심이 없을 수가 없어 옆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걸어본다.
-쏘가리 중 '황쏘가리'는 천연기념물이라는데.....
그런 투로 이야기를 내놓은 것인데, 그 자리에 있는 아무도 그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눈치이다.
부산한 분위기의 음식점에서 손님을 거들어 주는 주인아줌마가 빨리 들라며 바쁘게 내 앞에도 쏘가리 토막을 건져서 앞접시에 놔준다.
어차피 끓여져 나와 내가 안 먹어도 누군가 먹어서 없어지게 된, 이미 음식으로 변한 쏘가리탕이 다행히 황쏘가리가 아니라니, 천연기념물도 아니므로 먹어본다고 법률 위반도 아니다 싶어 젓가락을 당겨서 살짝 살을 발거 내어 집어 들었다.
입 안 가득 자극하며 풍기는 맛이 담백하면서도 민물고기의 비린내를 생각하던 그 비린 맛이 없어 입맛을 그럴듯하니 다시게 해준다.
어머니와 옛날 고향에서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억에는 떠오르지 않지만, 모처럼 외갓집을 찾아가서 큰외삼촌이 수경 끼고 강속에 들어가 작살로 잡은 커다란 쏘가리로 만든 음식을 먹은 적도 있었던 듯싶다.
그러나 내가 의식적으로 찾아 나서며 음식을 들게 된 이 나이가 되어서는, 처음으로 먹어 본 쏘가리로 치부해도 틀린 것은 아닌 성싶은 매운탕이다. 소주 한잔까지 곁들인 식탁의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 간다.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이번 연수 모임에서 어쩌면 하이라이트 격인 현장의 멋진 의견이 나올만한 분위기로 달려가는듯하지만, 나는 입을 다물고 있다.
연수회에서 주니어와 시니어 사관을 구분시켜 이런 회식자리를 만든 회사의 의중에는, 일선에서 책임자로 근무하는 우리들의 진솔한 현장의 의견을 따로 들어 보고 싶은 의도도 있는 건데,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덮어두고 있다.
어쩌면 이번 연수가 나에게는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일 거라는 예감이 어쩔 수 없이 혼자만의 생각 속으로 침잠하게 만들어, 계속해서 옆 사람들과 어울려 떠들고 싶은 생각을 잦아들게 한다. 더 하여서, 이제 와서 이야기 한들 뭐 어찌하랴? 싶은 자포자기적인 심정이 나도 모르게 솟아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생각하고 있던 내용은 이렇다.
해상에서의 직무를 위한 연수회이니, 정년퇴직을 한 선배들이 강사로 등단하여 해상에서의 진솔한 삶과 생활을 강연할 수 있게 해준다면, 그래서 후배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하여 정년 퇴임자중 좀 더 현역으로 일 할 수 있는 이들을 남겨주어 그들의 생생한 현장의 노하우를 전해주는 방편으로 삼아 달라는 뜻도 되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의견을 만약에 내가 이야기한다면 결국 나 같은 사람 정년 연장시켜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것 같은념이 들어 보여 결국 이야기를 포기하고 회식 자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