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전화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군상들에 대한 실망

by 전희태
DSCF12151.jpg 꼬리를 잘라내면서 까지 도망가려는 도마뱀


외국 항에서 본선의 VHF전화를 이용하여 현지 무선국을 중계기지로 삼아 국내로의 국제 전화를 걸었던 사연 중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한 2등 항해사의 이야기가 있다. 어떤 회사에 근무하며 배를 타다가 사직하고 다른 회사로 옮겨간 친구인데, 마침 외국 항에 기항했을 때, 그만둔 회사에서 승선했던 배 이름으로 VHF 전화를 통한 국제 전화를 신청하여 신나게 통화를 했으면서도 요금 지불은 다른 배로 전가 시키려들었던 이야기이다.

캐나다에서 항내 대기중에 현지 무선국을 불러 한국으로의 전화를 걸면서 자신의 위치로 알려준 배가 그 항구에는 입항되어 있지 않은 선박이므로, 이상하게 여긴 무선국에서 조사를 시작하였던 모양이다.


나중 Coast Guard(해양경찰)까지 개입되어 전화를 걸은 사람에게 지금 배의 위치 등을 꼬치꼬치 물어대니 대답이 궁한 그는 그냥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그쯤에서 끝내었으면 혹시 더 이상의 추궁을 당할 꼬투리가 없으니 괜찮았을 텐데, 워낙에 국제 전화에 중독이 되어서였을까? 이번에는 진짜 자기 배의 이름을 밝히고 전화 신청을 하여 통화를 시도하였단다. 전화를 걸어 달라고 알려준 상대편 전화번호가 앞에서 다른 배 이름으로 걸려던 전화번호와 동일함을 알아 본 전화국에서 은밀히 조치하여 경찰관이 본선으로 찾아 왔더란다.


경찰관의 방문을 받은 본선 선장은 그런 정황은 모르는 일이므로, 본선에선 아는바 없다고 이야기했고, 그들도 하릴없이 돌아가 버렸는데 그 후 출항 때도 또 한 번 오는 것을 포함 모두 세 번이나 다시 찾아 왔더란다.

마지막에는 이 일을 회사로 통보하여 밝혀도 되겠는가? 하는 말을 하여 와서 그렇게 해도 된다는 대답까지 해주고야 출항을 했다. 당시 통화 당사자인 2항사는 눈치를 보면서 그 자리에 있었고, 두 번째 왔을 때는 통화지가 대한민국 청주라는 지역까지 적어온 그들을 응대하던 선장이,"2항사, 자네 집이 청주 아냐?" 하고 물으니

"저는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며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표현대로,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이 아닌 도둑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발뺌하기에 여념이 없었단다.


한편, 그 배 통신장은 누군가 몰래 통신실로 와서 통화기록부의 내용 중 화이트로 지운 것을 다시 신너로까지 닦아낸 기록의 흠집을 발견하고는 2항사의 짓 인줄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그때 까지 아무 말을 하지 않아 출항에 지장은 받지 않았단다. 출항 후 통신장은 2항사를 일부러 만나, 입항 전까지는 모든 사항을 선장에게 보고하여 그 일의 뒤처리를 선장의 처분대로 받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고는 조용히 기다려줬다.


며칠이 지나 국내 항에 도착, 접안까지 마쳤는데도 2항사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그냥 슬그머니 짐을 싸서 하선하려는 눈치만을 보이고 있더란다. 이런 와중에 캐나다에서는 외무부를 통하여 연락을 해왔고 그런 상황을 외무부로부터 통보 받은 본사는 당연히 그 이야기에 대한 전말을 상세하게 조사 보고하라는 지시가 왔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통신사의 보고를 기초하여 일을 마무리 짓게 되었단다.


당시 선장은 그 전에 타던 배에서 INMASART 무선전화를 몰래 쓰고 돈도 내지 않은 채 회사를 그만둔 갑판부원에게 그 돈을 받아 내려는 재판을 걸어 이제 그 판결이 곧 떨어지려는 순간에 처해있는 상황이었는데 또 비슷한 일이 그 선장이 타는 이 배에서도 벌어졌기에 회사에서는 그 경위를 꼬치꼬치 물을 수밖에...

그렇게 회사와 전화 통화가 오고가던 가운데.

"그 정도의 전화는 쓸 수 있는 것이 아닌가요?" 하는 말을 선장이 하였단다.

'그게 뭐 그리 큰일일까요?'하는 뜻으로 밖에 해석 할 수 없는 선장의 이런 말이 회사를 화나게 한 모양이다.


사실, 그 정도로 도둑 전화를 썼다면, 최종 요금은 백만 원도 우스울 수 있는 현실에서 그런 걸 그냥 묵과 해주자는 발언은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이미 돈 액수의 다과를 떠나 그 일 자체가 남의 것을 도둑질한 일이니 결코 모른체 해주어서도 안 되는 문제가 아닌가? 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나는 회사 담당자의 화가 난 것을 이해 할 뿐만 아니라, 2항사를 욕하기에 앞서서 그 배의 선장에 대해 더 화가 났다.


비록 같은 선장의 입장이지만,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선장의 통솔 법으로 여겨지어, 사관들이 일을 집행하는데 하나의 도움도 주지 못하며, 배의 모든 일을 그런 식으로 뒤죽박죽되게 만들어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데, 대해 화가 난 것이니, 아무리 선장 면허장이 있더라도 선장으로서 일할 자격이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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