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그냥 꿈 이건만...
-어디가 편찮으세요?
점심으로 냉면을 들고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오늘의 안전 당번인 기관수 이씨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묻는 말이다.
-왜? 어디가 이상한 것 같아요?
-얼굴이 편찮아 보여서요.
-그래요? 아픈 데는 없는데...
별다른 아픈 곳이 없는 사람 더러 아프냐 고 묻는 게, 속으로는 좀 불유쾌한 생각이 들어 퉁명스러운 대답을 하며 방으로 돌아와 칫솔질을 한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눈 가장자리며 얼굴에 생긴 주름살이 매우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만들어 주고 있고 형광등 불빛에 비친 얼굴색마저 창백한데 땀까지 송골송골 이마에 배어 난 모습이 진짜 어디가 많이 아픈 사람 같아 보인다는 느낌도 가지게 한다.
아마 요사이 아침 일찍부터 운동을 한다고 서두르며 자리를 차고 일어나는 일이 피곤을 겹치게 만들었고, 팽창 밸브 부근에 얼음이 얼었다든가 하여간 작동이 좀 미심쩍어진 에어컨디셔너 때문에, 더워진 실내에서 땀을 흘리고 있던 모습까지 겹쳐져서 약하게 비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도 새벽에 잠이 깨어 시간을 확인하니 3시 20분 정도라 아직 한 시간은 더 자도 되겠다며 자리에 누웠는데 오라는 잠이 쉽게 오지는 않고 어수선한 꿈이 달려들어 자는 둥 마는 둥 하였으니 피곤이 풀릴 리가 없었던 것 같다.
그 꿈에 팬티 안에 대변 덩어리 하나를 싸 놨다며 변소를 찾아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갑자기 아내와 셋째 처남이 나타난다. 아내나 처남 모두 입 안 가득 붉은 피를 머금은 듯 치아 사이로 피가 조금 흘러내리는 모습이다.
무슨 사고라도 당했는가?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어찌 된 일이냐고 물은 것 같은데 그 대답은 안 한 채 싱글싱글 웃는 얼굴을 보인다.
꿈이지만 팬티 안에 싸 놓았다는 변 덩어리를 빨리 치워버리려고 변소를 찾아야 하면서도, 반갑지만 좀 이상한 모습으로 만난 아내 또한 놓치기 싫어 어물어물 붙잡고 있다가 그만 잠에서 깨어난 것인데... 그러고 보니 그게 모두한 바탕 개꿈이었던 모양이다.
한 시간 정도 더 누워 있다가 일어나야 지 하던 마음가짐을 그렇게 꿈이 때워 주며 일어날 시간을 알린 것일까?
정신을 되찾으며 자리를 차고 침대에 일어나 앉기는 했지만 혹시 그 꿈이 무슨 뜻하는 바가 있어서 그렇게 보였을까? 하는 마음 또한 들어 집에 전화를 걸어 복권이라도 사두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지는 심정이다.
피나 대변은 모두 재수가 좋은 꿈이라는 데 그렇다면 나나 우리 집에 진짜로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을 보이려고 그런 꿈을 꾸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얄팍한 기대가 절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건강을 유지하며 선내 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꿈이 알려주려고 한 좋은 일들이겠지... 생각을 편하게 접어두기로 한다.
갑자기 창밖에서 쏴아 하며 들리는 소리에 바깥을 내다본다. 비가 제법 내리면서 갑판과 하우스 마린 벽에 빗줄기가 세차게 부딪히며 나는 소리다.
아직은 어두운 갑판으로 나가서 하려던 운동을 그 비로 인해 잠시 보류하면서 실내 자전거 타는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