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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의 필요성

어쩌다 승용차 없는 가족으로 사는데...

by 전희태
B5(1899)1[1].jpg : 해도상에 표시 된 뉴캐슬항의 모습


외해의 파도는 거의가 방파제에 막히는 상황이지만 센 바람이 불어올 경우 높은 바람막이가 별로 없는 강하구의 항구인 뉴캐슬 내항에는 제법 잔파도가 거세지는 때가 이따금 있다.


호리병 안쪽 같이 외해에서 쳐오는 파도에는 안전한 항 내인데도, 상공을 지나치는 바람으로 인해 잔물결 이상의 높은 파도도 보이던 그간의 날씨로 인해 계속 음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던 뉴캐슬 항내의 모습이었다.

오늘은 그런 회색빛 그림자는 모두 확 벗어던지고, 너무나 푸르게 화창한 하늘을 열어 보이고 있다.


푸르른 하늘 빛깔에 그냥 빠져들고 보니, 아무에게라도 내 가슴 열어 그냥 어울리고 싶은 강한 유혹도 유혹 같지 않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하역 작업이지만 너무 지체가 많았기에 내일 새벽 출항 예정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라도 도달한 시점이다.


그러니 이렇게 좋아진 날씨를 두고 떠나야 하는 마음일랑....

아쉬워하기보다는 이 좋은 날씨가 출항하는데 아주 많은 도움을 주겠구나! 로생각을 바꾸기로 하면서, 진짜로 생각지도 못한 무슨 좋은 일이 찾아올 것 같은 그런 기분 좋은 날씨를 반기고 있다.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내와 통화를 한다. 서울도 날씨가 좋으며 기온도 영상 1도라서 춥지 않은 겨울이란 이야길 한다.


이곳은 영상 30도 가까운 뜨겁기만 한 태양에 노출된 더위가 힘든 시즌인데, 집은 아직도 추위에 갇혀 있는 한 겨울의 중반에 들어있음을 알겠다.


집안 소식으로 둘째 애의 대학 졸업이 2월 14일인가로 잡혀 있으며, 여전히 살을 못 뺀 바쁜 생활을 하고 있어, 살 빼라는 말을 자주 할 수가 없는 스트레스로 힘들다는, 덤으로 따르는 비만 이야기가 떨어지지 않고 붙어서 온다.

막내는 내일부터 혹한기 훈련에 들어가는데 그런 자신을 위해 가족들이 많은 기도를 해달라는 말도 했다나! 하여간 좀 힘들고 어려운 훈련인 모양이다.


큰애는 1급 승용차 면허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어 그나마 건설적인 이야기가 하나 들어 있구나! 하는 심정에서,

-그래 내가 이번에 도착하기 전에 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라고 해, 그럼 새 차를 뽑아 줄 테니까.

하며 지금 나의 형편은 생각지도 않고 큰 소리부터 쳤는데 의외로 아내도 맞장구로 대응해 온다.


-맞아요, 우리도 차가 한 대 있기는 있어야 하겠어요.

하면서 말이다.

-그래? 당신도 움직이는데 차가 필요한 거요?

하니

-아니에요, 내가 밖에 나가는 데는 그렇게 차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하며 뒤끝을 흐리는 말투에서 어찌 되었건 우리 집안에도 차의 필요성을 새롭게 느끼는 풍조가 들어선 모양이다.


나는 운전면허를 따려고 시험을 쳐보지도 않은 채 아직까지 지내고 있다. 그런 나의 무관심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졌음일까?

아들을 셋이나 두고 있건만 아직 한 사람도 면허를 가진 사람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큰 애가 처음으로 도전을 하는 거다.

어쨌든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니, 기왕에 시작한 일, 목표에 달성하기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차를 사준다고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집에 차가 필요할까? 는 두고 봐야 할 일 같다.

우선은 전화부터 마무리하기로 한다.

-내일 출항할 예정이고요. 출항한 후 다시 전화할게요. 그동안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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