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앞서 낭패한 일
뭐라 그러더라...
어딘가의 사투리로는 새퉁 머리가 없다고 하던가? 하여간 말이 앞서서 자랑하다가 그 자랑한 말이 빌미가 되어 큰 코 다치는 낭패를 종종 보는 게 우리네 삶이다.
어제의 후부 갑판 가든파티에서 기관부의 한 관계자가 술도 한잔 걸쳤겠다! 기분이 좋았던지 이번 항해에는 별 고장이 없이 잘 되어가고 있다며, 그간의 힘들었던 일로서, 모든 게 한 물 지나갔다는 식으로 자랑같이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연돌에서 나오는 연기의 색깔이 거무죽죽한 게 별로 내 마음에 안 들어서 어느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냐고 물으면서 내 생각의 발단이 시작된 모양이다.
주기관의 연돌에서 나오는 연기이지만 현재의 상태로 보건대 연기 색깔도 좋은 것이고, 실상 기관의 컨디션도 좋다고 이야기하니 그러려니 믿어야 했지만, 그 연기의 색깔이 아무래도 찜찜한 느낌을 가지게 해 다시 한번 굴뚝을 쳐다보았었다.
한데 그런 이야기를 나눈 지 10 시간도 지나지 못한 시점인, 오늘 새벽부터 기관실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FIRE ALARM이 울렸고, 실제로 주기관 랜턴 스페이스에서 불이 나 연기가 새어 나와 경보가 울린 것이었다.
최종 원인을 찾기 위해 기관을 정지하였고, 노즐을 바꿔 주는 수리까지 한 후 에야 움직임은 재개되었다.
일이 그것으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한낮이 되어갈 무렵 이번에는 F.O 고압 파이프가 터지는 또 다른 일이 발생하면서 배를 또 세워야 했다.
고압 파이프의 교체 작업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지체가 발생하였으며, 하루에 두 번씩이나 엔진의 껐다/켰다 가 반복되어 버린 상태가 되고 보니, 어제저녁에 자랑삼아한 기관부 관계자의 언급은 새퉁스러운 말로 남게 되면서 당사자를 머쓱하도록 만들어 준 셈이다.
마치 양은 냄비 속 물 끓듯 하는 습성을 많이 닮은 듯하고, 사물을 보는 눈치 역시 너무 얄팍하여 신중한 말조심을 하지 않았기에 그런 결과에 당면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쯤으로 짐작해 보기로 하면서도, 그렇다면 나는 과연 내 분야에서 판단하고 일함에 있어 너무 말을 앞세우며 자랑한 적은 없었는지?
두 번째 기관의 멈춤을 끝내고 다시 항해를 재개하는 배안에서, 이 일들을 이런 명제에 대한 반면교사로 삼아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준 하루로 받아들이기로 작정하며 이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