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 오염사고도 염려되는 사고의 발생.
시간적으론 하루가 되기 전에 선적이 끝날 수 있는 충분한 선적 예정 화물 양이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계속 늘여 잡는 작업 시간으로 인해 만 하루가 걸리게 되었다.
그런 예정의 변경이, 사실 승조원들에겐 도착하고도 며칠을 외항에서 투묘 대기하고 있던 지루함을 그나마 육지에서 조금이라도 늘어난 시간으로 덜어낼 수 있음 직해서, 바쁘게 싣고 떠나지 않음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렇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세운 예정의 수정이었으니 더 이상 늦어 질리는 없지만, 그래도 빠듯하게 출항 두 시간 전까지 작업을 하여 겨우 끝내고 아침 7시 30분에 출항에 임하게 되었다.
다시 난바다로 나가기 위해 다 실은 선창의 해치 커버부터 닫아 주기 위해 분주하게 일하던 갑판의 당직자가 6번 창 오른쪽 커버를 닫으려던 중, 관련 유압 라인이 터져서 당장 닫을 수 없게 되었다는 급한 연락을 해온다.
이미 출항을 위해 우리 배로 오는 도선사가 타고 있는 도선 보트가 달려오는 게 보이며, 터그보트 두 척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몰려오고 있는 시점이다.
여기서 해치 커버를 닫지 못하고 떠난다는 것은 방파제를 빠져나가기 무섭게 달려드는 너울에게 당할 수 있는 사고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인 것이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임시조치를 한다고 바쁘게 설치고 있는 현장의 작업자들을 보며 타들어 가는 속만 졸이고 있다. 담배를 열심히 피우던 시절 같았으면 벌써 몇 개비의 담배가 줄을 이어 거덜 났을 상황이나, 이미 담배를 20여 년 전에 끊었으니 입안의 침만 바짝바짝 마르고 있다.
조치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느냐? 는 도선사의 말에 방금 보고 받은 임시 조치로 우선 닫는 데는 10분쯤 걸리겠다던 대로 10분이면 끝난다고 하니, 배를 떼고도 30분은 걸려야 방파제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길 하며, 아! 그러면 괜찮다고 하는 도선사의 말이 고마웁기 그지없는 심정이다.
-아직 밖에 나가는데 까지는 30분은 걸리니 조급하게 서두르다가 실패하여 두 번 일하는 것보다는 찬찬히 잘해서 한 번에 그 시간 안에 끝내도록 하라. 급하게 현장에 나가 있는 일기사에게 워키토키로 지시하였다.
이어서 선수 선미 현장으로 배치되어 출항 준비를 하고 있는 일항사와 이항사에게 계류삭을 거두어들이도록 명령한다.
-선수 헤드라인 렛고!,
-선미 스턴 라인 렛고!.
연이은 명령이 떨어지자, 선수와 선미에선 각각 선수, 선미에 잡았던 네 개의 라인의 긴장을 풀어주어 육상에 걸었던 계류삭 아이를 해석하여 거두어들이기 시작한다.
-선수, 브레스트 라인 렛고 써.
-선미, 브레스트 라인 렛고 써.
선수와 선미에서 부두에 직각으로 나간 가깝게 잡았던 줄을 감아 들인다.
-스프링 라인 렛고.
-선수와 선미, 여기는 브리지, 올라인 렛고.
드디어 모든 라인을 걷어 들이라는 출항의 명령이 떨어졌는데, 터져버렸던 유압라인이 임시조치지만 복구되어 6번 창 우현 해치커버를 슬금슬금 닫기 시작한다.
-브리지, 훡슬 감도 있습니까?
-여기는 브리지, 무슨 일인가?
-훡슬 올 라인 크리어 써.
-훡슬 올 라인 크리어 로저, 쌩큐.
-브리지, 풉프 감도 있습니까?
-여기는 브리지, 말해요.
-풉프 올라인 크리어 써.
-풉프 올라인 크리어 로저 쌩큐.
이제 배는 부두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와 터그보트의 도움과 본선의 엔진을 사용하여 떠나기만 하면 되는 거다.
걱정했던 해치 커버도 그 사이 완전히 닫아서 레일 위에 안전히 앉힌 상태로 내 마음에 걸려있던 불안을 깨끗이 거두어 주고 있다.
안전하게 출항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에 감사하며 휴-우 하니 한숨을 내 쉬고나니, 춤을 춰도 모자랄 듯이 들끓어 오르는, 그러나 조용한 기쁨이 찾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