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부 해변가를 따라 북상하며
본선이 접안하고 있는 부두가 저 멀리 보이고 있고, 공원에는 현장학습 나온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가득 차 있었다.
TWO PORT LOADING.
한 가지 종류의 화물이지만 한 곳에서 선복량을 다 채워서 싣는 것이 아니고 두 항구에 걸쳐서 짐을 싣는 것이다.
짐을 싣는 곳이 두 항구로 결정되어 첫 번째 항구인 뉴캐슬에서 33,000톤(실제는 32,881톤)을싣고 떠나서, 이제 두 번째 항구인 그래드스톤을 향하고 있다.
한 곳에서만 싣고 만선을 하여 올라가는 길이라면 호주 동안의 20 마일 정도 떨어진 해안을 남행으로 흐르는 해류와 마주치지 않고 비껴가기 위해, 그 해류의 영향이 적은 위치인 육지와 30 마일 이상의 거리를 가진 해안에다가 침로를 그려두고 북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발라스트 수준을 넘긴 짐만 싣고 다음의 항구로 가는 길이니, 너무 멀리 떨어지면 항주 거리도 늘어나며 그만큼 황파를 만날 확률도 커진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지 않고 육지에 바짝 붙어서 북상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따로 또 있다.
아예 육지에 가까이 접근해서 올라가면 거리도 단축되지만, 역조로 받게 되어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해류의 영향을 벗어난, 반대로 같이 올라가는 연안류까지 기대할 수 있기에 육지에 바짝 붙어서 항해하는 항로를 택한 것이다.
이런 항해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일은 평소 잘 다니지 않던 육지와 가까운 곳을 항해하므로 암초라든가 천소 등의 하여간 바깥쪽보다는 항해를 위협하는 안전 저해 사항이 그만큼 더 있을 수 있어서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평소의 30 마일 이상 떨어지던 걸 10 마일 내외로 가깝게 육지에 붙게 하여, 어떤 곳은 5 마일도 안되게 항해하므로, 밤이면 연안에 나와서 고기잡이하는 어선이나 작은 요트 등을 조심하여 항해하도록 당직사관에게 나이트 오더 북(주*1)을 통해 지시해 두었지만, 생각만큼 많은 어선이나 요트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낮이 되고 보니 그동안 호주를 다니면서도 가까이 항해하지 않았기에 못 보고 지나던 연안의 해변가 모습을 자세히 보게 되는데, 거의 새하얀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진 곳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해수욕장의 기본이랄 수 있는 모래가 지천으로 깔려 있어 우리나라에 그 정도의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이라면 당장에 멋진 이름을 가진 유명한 해수욕장이 되어도 벌써 되었겠다.
부럽다 못해 샘이 날 정도로 이들 모래사장은 깨끗하게 빛나는 하얀색을 띄우고 있다.
푸르디푸른 하늘의 색감에 대비되는 모래 빛깔은 계속 보고 있으려니 시원함을 넘어서며 어떻게 황량한 느낌마저도 가져다준다. 극과 극은 통하는 모양이다.
마침 그 해안을 자세히 살피느라 쌍안경을 눈에 대고 윙 브리지로 나간 길이다. 그냥 해수욕장이라면 바글거리는 사람들 모습도 보이련만 하얗게 이어진 모래와 언덕과 또 모래밖에 더 보이는 것이 없다.
사람의 모습을 찾을 수 없으니 해수욕장도 아니다.라고 우겨볼 만도 한데, 목덜미와 등판을 파고드는 따가운 햇살이 어서 자리를 떠서 피하라고 재촉하듯 뜨겁게 담금질을 해댄다.
마음 한편에선 그대로 배에서 풍덩 뛰어내려 헤엄쳐 찾아가고픈 유혹마저 보내는 그 모래밭을 에어컨디셔녀로 식어진 해도실에서 힐끔거리듯 내다보며 디바이더로 해도상 거리를 재어 본다. 30 마일이 넘는 거리이다.
30 X 1852m = 55,560m = 55.6km이다. 이 거리를 우리네 거리잼으로 고치면 거의 140리가 되는 이어진 모래사장인 것이다.
주*1 : NIGHT ORDER BOOK, 야간 당직사관들이 당직 중에 조심해서 지켜야 할 사항을 인계하며 당직에 임하도록 적어 놓은 선장의 야간 지시 사항을 기록해둔 문서로 각 당직 사관의 서명을 받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