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희태 Aug 02. 2017

짜증스러운 날씨 속의 정비작업

짜깁기하듯 일을 진행하며

푸라잉 데크에서 본 연돌.


 별 탈 없는 그림이 그려진 기상도를 수신하니, 날씨가 괜찮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 내용과는 다르게 계속 나쁜 날씨를 던져주며 어느새 사흘의 기간이 지나가고 있다. 


 일부러 남도의 사투리를 찾아내어 표현한다면, ‘징’하게도 달려드는 그 날씨가 정말로 짜증이 나게 하는데, 기관을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하면서 작업을 하자는 내 말에 ‘그 뜻을 알기는 하겠습니다만.’이라는 단서의 말을 달면서 덧 붙여지는 기관장의 다음 말도 사실 일리가 충분히 있는 말이다.

 현재 70 톤 밖에 남아있지 않은 DO인데, 기관 사용 준비를 위해서는 보일러를 계속 가동하여야 할 것이고, 그리되면 하루에 2-3톤의 D.O를 계속 소모해야 하는데~ 바로 그 일이 걱정이 되는 기관장의 입장이었던 것이다. 


 지금 상황으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도착이 4월 21일경 예정이니 평소의 DO소모량인 하루 3톤으로도 앞으로 그 도착 예정 정도의 날짜 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니 더욱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계속 짬짬이 불어주고 있는 바람에 노이로제라도 걸릴 지경이니, 비상시에 긴급 기관사용 준비를 위해서는 상황이 그렇더라도 S/B Eng. 은 우선 해 두고 있어야 할 것으로 작정한다. 


 한편 갑판부의 작업은, 시꺼멓게 그슬린 굴뚝에는 알루미늄 은분을 발라주고, 연돌 외판은 녹을 제거하고 회사 심벌을 새롭게 덧 칠 해준 후 주위를 오렌지 색깔의 원색으로 깨끗하게 칠하는 일에 투입하고 있다.


 이 일에도 역시 바람이 지장을 주어, 오늘 오전 중에 마무리 지으려던 계획을 토요일이지만 오후까지도 쉬지 못하고 이어서 일하게 만들고 있다. 순간 속도 30 knots가 넘어서는 바람이 굴뚝의 외판을 스치고 지나니 그곳에 외줄로 보슨 체어(BOATSWAIN'S CHAIR)를 달아 매달리듯 앉아 일하던 작업자들은 방금 칠하는 페인트가 이미 정성 들여 위쪽에 그려 놓고 내려온 회사 마크 위로 바람에 날려 덧 칠 될까 봐 조심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던 것이다. 


 어쩌다 보니 나흘 전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날 시작되었던 연돌 도장작업은 그렇게 힘들게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뒷정리를 하는 작업자들에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해주며 우리 배를 못살게(?) 구는 바람도 이제는 그만 불어 주었으면 고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꼭 그리 되리라 믿어 보며 쨍하니 환하고 새롭게 칠해진 굴뚝을 향해 디지털 사진 한방을 정성스레 찍어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진급추천을 해줬건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