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 일지라, 규정된 대로 지켜나가자.
7시 40분. 계단 통로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다가 올라오고 있는 3 항사와 만났다.
3 항사는 지금 이 시간이면 통로를 내려가는 행동으로 주갑판에 있는 미팅 룸으로 가야 할 사람인데 왜 올라오는 행동을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쳐다보니
-예, 오늘 오전은 휴무라서 쉰답니다.
하는 말을 하며 계속 층계를 올라 자신이 당직서고 있는 브리지를 향해 가버린다.
이 시간, 3 항사의 원래 있어야 할 당직 위치는 브리지이지만, 갑판부가 아침 과업 정렬을 하며 TBM과 TOUCH & CALL을 할 때 함께 참석하여 배우라는 지시를 하여 실항사 혼자 브리지를 지키게 하고 3 항사는 내려가서 미팅에 참여한 후 다시 브리지로 복귀하곤 했던 것이다.
-그래? 알았어.
대답을 해주고 내려가려던 발걸음을 1층에서 머물러 발라스트 컨트롤룸에 들어섰다. 그곳에 있던 일항사가
-오늘 몸들이 좀 고달프다고 해서 오전 중엔 휴무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토요일 날 오후 근무한 것 벌충이구먼.
-예, 그런 택입니다.
엊그제 토요일 오후에도 계속해서 굴뚝 정비한 것을 아무 보상 없는 오버타임으로 만들지 않고 대신 오늘 오전을 쉬게 함으로써 보상 처리한 것은 매우 잘 한 일인 것 같다.
IMF 다 뭐 다해서 근로자들이 꼼짝 마라 하는 위치로 떨어지기 전까지의 노조가 파워를 쓰던 세월엔 그런 일을 시키고도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을 경우, 그 말이 그들의 귀에 들어가서 시끄럽게 하던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요새야 그런 일을 만드는 사람은 없는 것 같고 그러니까 우리가 스스로 앞장서서 근로자인 승조원들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차원에서라도 시간 보상이라도 해주는 게 마땅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 잘했어.
하고 일항사의 오전 중의 휴무조치를 사후 추인해주며.
-빌지(BILGE) 체크한 것은 이상 없고?
묻는다.
배가 아무래도 오른쪽으로 조금 기울어진 것 같은 느낌이라서 아침에 시켰던 탱크 사운딩(TANK SOUNDING) 결과를 물었던 것이다.
-탱크나 홀드 모두 별 이상이 없습니다.
-그래? 잘되었군. 근데 왜 이리 기울어져 있지?
-뉴캐슬에서 화물이 오른쪽에 조금 더 많이 실려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 기울어진 상태는 어제와도 별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탱크나 홀드의 빌지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럼 됐어, 그리고 오늘 오후에 안 품 회의를 열도록 할 거야.
-예, 알았습니다.
안 품 회의를 소집하려고 하기만 하면 바쁜 일이 생기곤 하여 못하고 넘기기만 하던 중 오늘만은 기필코 열리라 작정하고 소집하여 점심 식사 후의 시간에 열렸다.
거의 두 달 만에 열린 회의이니 안건은 많을 듯했지만 모두들 이야기를 하지 않아 억지로 발표를 시키다시피 하여 기관장의 안건을 듣고 난 후 더 이상 나서는 이가 없어 나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각종 증서의 갱신이나, 검사 준비, 독킹 수리 입거 사양서 등의 이야기는 당연히 체크되고 준비할 사항이라 다시 리마인드 시키는 의미로 열거하였다.
회사에 상황보고 및 요청사항을 망라한 입항 지원 요청서를 작성할 때 한 가지 일을 더 첨부하자는 의견에 이어서 두 가지의 새로운 항목은 내가 이 배에서 뜯어고치고 싶은 관행을 위해 새로운 각오와 행동을 요구하는 일로서 예상대로 기관 부서 측의 항의 성인 반론도 들어줘야 했다.
통차 시간을 정확히 지키자는 이야기와 배가 우리나라를 출항하여 한 바퀴 둘러서 다시 떠났던 항구로 돌아올 때까지 항해 중에 피치 못할 고장으로 배를 세워서 자체수리를 시행한 일이 있으면, 그 내역을 상세하게 적어 보고 하도록 하여 회사가 우리가 힘들여 일하는 상황도 알게 하고, 또 조처한 내용도 정확히 짚고 넘어갈 수 있게 만들자는 의견은 그대로 이해 납득을 하였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작업할 때 입는 옷과 평상시 입는 옷을 체인징 룸을 통해 바꿔 입어 선내 청결을 유지하는데 협조하자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취지야 좋은 줄 알고 이해하지만, 시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며 일기사와 기관장이 여러 가지의 이유를 들어 이행하기가 힘들다는 의견을 표명한다,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까? 하는 욱하는 성질이 발동되어 윽박지르듯이 그들의 말 허리를 끊어내고 나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통고하는 식으로 작업복 갈아입는 방법의 새로운 시행 결정 의지를 표명하였다.
시행 사항을 준비가 되는 때까지 좀 누그러뜨리어 시행을 하되, 이번 광양에 기항 시 두 사람 모두 교대하여 내리니까 나의 의도대로 실행하는걸. 따르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협조하는의미에서, 각자의 교대자들에게도 본선에서 시행하려는 청결 의도를 잘 인식시켜서 앞으로는 일층 이상의 층에서 시커먼 작업복 차림으로 나다니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데 협조하라고 선언했다.
윽박지르듯 말하던 과정에서, 기관장더러 그간 브리지 문에 써 붙인 공고문을 보았는가를 물었고 보았다는 대답을 들으며 그대로 따라 했는가를 물으니 안 했었지만, 앞으로 는 그대로 따르겠다는 대답을 들어냈다.
그런 것도 제대로 따르지 않으며 무조건 안된다 힘들다 하는 이유로 체인징 룸 사용을 거부하는 발언은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몰아붙였던 것이다.
힘든 것도 알지만 하겠다는 의지가 없이 당장 눈앞에 있는 힘든 상황만 강조하는 의도를 보니 얄미운 생각마저 들어 40년 가까운 내 해상생활의 인생을 걸고 해상을 떠나는 마지막 해놓는 바람직한 전통의 일로서 꼭 실시하겠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지난 항차 지시하여 고쳐진 후부 갑판에서의 드럼통 소각기 사용 폐지의 결과를 물으며 후부 갑판에서의 소각을 안 해서 기름걸레가 많이 생겼다면 이번 광양 기항 시 꼭 반출시키라는 이야기를 하니 이미 소각 기를 통해 모두 다 적법하게 태워 버렸다는 이야기를 한다.
바로 그것이 아닌가?
그렇게 사용하면 되는 소각 기를 쓰지 않고 전 항차까지는 편하다는 이유 하나로 법을 어겨가며 드럼통 소각을 고집했던 그들이 아닌가?
이제 법으로 지정하여 만들어진 정식 소각 기를 통해 소각시키고 있다니 그간에는 왜 그대로 안 하고 있어서 괜스런 관할 당국의 승선 검사 때마다 떨어야 하는 행태를 벌렸었단 말인가?
결국 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우겨낸 과정을 거치었기에, 따르는 불만을 무시하고 강력히 실시한 일들이 결코 틀리게 잘못 지시한 사항이 아니란 점을 증명을 한 셈이니, 작업복 사용과 취급에 대하여 제한을 가하려는 이번 조치도 마지막 결과는 좋을 것으로 은근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