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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Aug 12. 2017

 河北 幸福, HUABEI TREASURE.

배 이름에서 서늘한 감정을 찾아내며...

본선의 앞쪽에 접안하고 있는 선박의 모습.

 HUABEI TREASURE(河北 幸福)

 우리 배가 선창도 다 닫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우리 앞에 비어있는 부두로 들어와 접안하던 배의 선미에 쓰여 있는 선박명이다. 

河北 幸福이란 한문 이름이 녹물이 번진 상황으로 쓰여 있는 자리 뒤로, 영문으로 HUABEI TREASURE라 덧 붙여져 있고 선적항을 표기할 자리에는 KINGSTOWN이라 적혀 있는 걸 보니, 중국인들이 타고 있는 배 같지만, 선적항과 게양된 국기를 봐서는 자메이카가 맞는, 나이가 적어도 20년은 훌쩍 넘은직 한 배였다. 


 출항을 도우려고 우리 배에 올라와 있던 파이로트의 이야기로는 그 배의 속력이 전속으로 달리는데도 5 knots 밖에 안 나가는 상황이란다.

 원래는 엊저녁에 부두에 댈 예정이었고 그대로 되었으면 지금쯤 우리 배가 떠나가기 위한 작업을 이미 하고 있었을 텐데, 그 배가 늦어져 우리 배의 출항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는 셈이란다.


 그 배는 밤새도록 항로를 달려서야 이 아침에 겨우 도착한 아주 후진 배라며 아마도 AMSA(AUSTRALIAN MARITIME SAFETY AUTHORITY)의 중점적인 PSC 점검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바로 그때, 진짜 AMSA 서베이어가 승차한 자동차가 우리 배가 묶여 있는 부두를 지나쳐 그 배가 방금 접안을 마친 곳으로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배의 건조된 외부 형태를 봐도 요즈음에는 그렇게 만들지 않는 거주구의 앞쪽으로도 통로가 있는 모습이라 척 봐서 이미 오래된 배라는 느낌을 갖게 하고 있다. 


 게다가 해치 커버만 겨우 칠해진 모습으로 나중 출항하면서 지나 칠 때 자세히 보니 프림솔 마크(PLIMSOLL MARK, 재화, 만재흘수 선표)마저 다 지워져 있고, 수선 부근의 흘수 선표(DRAUGHT, DRAFT LINE)는 제대로 읽기가 힘들 정도로 벌건 녹에 묻혀 있었다. 


 도선사의 말이 아니라도 요새도 저런 배가 다니고 있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생겼다. 

배의 이름을 봐서는 거창하고 그럴 듯 한 뜻을 가지고 있는 듯싶은데, 제대로 가꾸지를 못해 나이보다도 더 들어 보이는 상황의 그 배를 보니, 내가 처음 배를 타던 무렵인 1960대 중반의 우리나라에 수입되기 시작하던 노후선을 절로 생각나게 해준다.


 물 위에 떠 있기만 하면 배라고 생각할 정도로 갑자기 해운에 관심이 쏠리면서 너도나도 중고선을 도입하여 해운업에 뛰어들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잘 살기 위해서는 수출만이 살길이라 부추기던 정부의 정책이 우선하였고, 그 에 맞추기 위해서는 자국선의 선복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던 세월이기도 했다.


 이제 중국이란 나라가 인해전술적인 물량공세를 가지고 해운계에도 진출하려는 뜻이 보이는 그런 부산물로 저런 배도 운항하고 있으리라. 짐작하는 마음을 그 배의 이름에서 찾아보게 만들고 있다.


 배 이름 河北 幸福을, 河北은 그들 지방 한 성의 이름을 발음대로 HUABEI로 음역해 놓았으나, 幸福은 TREASURE로 의역해 놓은 뜻에서 보듯이, 그냥 보물이란 뜻의 TREASURE를 행복이라 의역해 놓아- 보화는 행복(?)이란 등식을 도출해보며-, 이제 자본주의자들 보다도 더욱 금전의 노예같이 되어버리는 그들의 급변하는 모습을 찾아내게 되면서 왜 일까? 서늘한 가슴앓이같은 알싸한 기운이 찾아드는 느낌이 드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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