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부담스러운 기관정지(Stop Eng.} 명령
새벽이나 한밤중 같은 통상의 일과 시간이 아닌 때에 내 방 전화벨이 울린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 때문에 그런 적보다는 비상 상황의 급한 일 때문에 그럴 확률이 높기에 언제나 바람직한 정황은 아니다.
그런 전화가 울리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배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여 변침해야 할 곳에 도착하여 타기를 전타로 돌리기 시작하여 그리되는 기미로 느끼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갑자기 기관실에서 경보음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경보음을 인지하면서 곧, ACCEPT 스위치를 눌러 꺼준 듯 소리가 끊어지는가 싶었는데 금세 다시 소리가 울려 나는 걸 느끼면서 어딘가 좋지 않은 곳이 발생한 모양이라 어렴풋이 짐작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전화벨 소리가 났던 것이다.
-여보세요.
전화기를 들어 응답을 하니,
-일 항 사입니다. 메인 엔진 실린더 헤드에서 가스가 새어 나와 안전판을 갈아 끼워야 한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예, 30분 정도 걸리겠답니다.
-배를 세워도 괜찮겠어?
이번에는 항해 장애물이나 섬과 너무 가까운 것은 아닌지를 물으니,
-예, 산호초와 10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데 현재 그쪽으로 밀리지는 않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세워서 수리해야지.
-예, 그럼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이래서 새벽 4시 40분에 남위 22도 01.5분 동경 150도 59.4분의 위치에서 배를 세웠다.
다행히 예정보다 10분이나 빨리 끝나 05시에 남위 22도 01.3 동경 152도 59.6분 위치까지 밀려진 상태에서 기관이 작동되어 순항을 이어가게 하였다.
장소는 GREAT BARRIER REEF의 한 귀퉁이와 좀 떨어져 나온 산호초가 있는 가운데 해역을 통과하는 껄끄러운 위치여서 조심스러웠고 기관의 고장 난 개소는 NO.1 CYLINDER의 안전판을 바꾼 것이라 한다.
그렇게 수리를 완료하고 별다른 큰 고장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다행한 끝이 나서, 보름 이상 남아있는 우리나라까지의 항해를 무사히 끝낼 수 있겠다는 안도의 마음을 다시금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