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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Aug 22. 2017

빗속의 자유

편한 맘 쉬면서 보는 빗줄기


 아직 해가 넘어갈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저녁 다섯 시이건만, 갑자기 나타난 소나기성 구름 떼가 하늘을 어두컴컴하게 가려주며 비를 내려주기 시작한다. 


 모처럼 주말을 이용한 선실 바깥에서 바비큐를 하느라 열심히 준비를 했던 선원들은 만들었던 자리로 비가 들이치지 못하게 막느라고 부산을 떨고 있다. 


 잠깐 사이에 양동이로 퍼붓는다고 해도 말이 되는 쏟아지는 비로 바뀌더니, 우리가 파티를 준비해 둔 장소의 천정이 되는 셈인 보트 데크에서는, 미쳐 빠져 내리지 못해 흘러넘치게 된, 억수 같은 물난리가 난장판을 만들어 내어 장만해 놓은 음식물 위로 빗물을 튀겨주려고 위협하고 있다. 


 그래도 더위에 헉헉대며 불갈비를 먹는 것보다는 훨씬 운치가 있다며 누군가, 한 말씀 농담 삼아 건넨다.

-선장님은 시를 잘 쓰시니 시 한수 지어 보시지요. 

글쎄 그런 농담의 말을 진짜로 들어주고 싶어 솔깃해진 내 마음 따르며, 읊어 달라는 시를 생각해 보다가 내친김에 적어본다. 


빗속의 자유 


굳이 내가 선 위도의 숫자를 

알려고 할 이유는 묻어주며 

그저 북위 2도 몇 분을 지나는

남태평양으로 알면 되는 거지


내일 새벽이  오면 통과할 적도 

더위가 판을 치는 열대 해역인걸 

그런데도 이리 시원한 건 무슨 이유? 

그것도 모르냐? 


오늘은 우리들의 야외 나들이 약속한 날 

그렇지만 비가 와서 시원한 게 아니고?

그건 그냥 보이는 현상 만의 의미 아니겠나 

그렇다면 다른 뜻으로는 뭐가 있어? 


비 피해서 

비 구경을 하니 

비는 안 맞고 있지? 

그렇구먼요.

그러니 비가 오면 올수록 더욱더 

편안을 만끽할 수 있는 커진 자유가 

시원함을 한번 더 꼬드기고 있는 거지.


지나치는 스콜성 비라지만 

퍼붓는 품새가 제법이어서

잊을 뻔 한 시원함 되찾아지니

어느새 부풀어 오는 빗속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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