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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Aug 26. 2017

회사 방침 빨리 파악해 따를 것이지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른 건데

대대적인 수리를 하게 된 본선 


 6월에 있을 정기 DRY DOCKING에 대비한 도킹 오더를 20일까지 내달라는 주문이 회사에서 왔다.

그 공문 내용의 첫 줄에서 본선이 시행하지 못하는 모든 작업은 일단 도킹 오더로 넣어 달라는 사항도 있다. 


 얼마 전 어느 회사의 배가 독일에 기항했다가 PSC 검사에 된통 걸려 운항 정지 명령을 받았는 데, 그 지적 사항을 온전히 해결하느라 많은 돈을 들이느니, 차라리 배를 포기하는 쪽이 저렴하다고 판단하여 폐선을 택하는 일까지 생겼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그런 저런 일이 본선의 도킹 오더 작성하는데도 영향을 준 것 같아 보인다. 


 사실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추세의 이들 검사를 무사히 수검하여 빠져나오려면 노휴선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미리 돈을 들이어 수리를 하지 않고는 해결할 길이 없으니, 회사도 이 참에 러닝 리페어(RUNNINGREPAIR, 운항하면서 수시로 하는 수리)가 힘든 사항은 모두 정기수 리시 해결시켜 그런 일에 휘 몰리는 일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새 경영진에서 보여주려는 모양이다. 


 직접적으로 PSC 수검릏 받게 되는 현장인 우리들로서 야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본선에서 수리사항을 많이 요청하는 것이 자신의 승선 평가에 마이너스가 되는 양 생각해서 아직도 회사의 눈치를 보아가며 우선 몸부터 도사리는 형태로 일을 처리하며 승선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그래도 조심이 되는 모양이다. 


 저녁 식사 후에 각부서장과 각부의 직장들을 모두 모아 도킹 오더에 대한 일차 점검에 들어갔다.

이야기하는 중에 갑판부의 일항사가 내놓은 작업 사항을 수리 관계 책임자인 기관장이 검토하면서 삭제해버린 건수도 발견되어 다시 삽입시키도록 지시하는 일도 생겼다. 


 예를 들면, 녹이 쓴 부위를 떨어내고 페인트 칠을 해주는 일로서, 그냥 봐서는 배에서 언제든지 누구나 할 수 있는 별일이 아닌 통상적인 일로 생각되지만 -그래서 삭제한 모양인데- 그 장소가 본선의 장비나 인력으로 항해 중에는 도저히 일하기가 불가능한 고소 부위인 윙 브리지 하부 천장의 청낙 도장 작업이다. 


 어차피 PSC를 대비한 작업을 위주로 해야 하는데, 윙 브리지의 라이프 링 투하 대도 고쳐서 부착해 달라던 안건도 함께 다시 살려내어 삽입시키라고 지시하며 몇 가지 더 추가한 것까지 내일 아침 7시 30분에 이메일로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회의를 끝맺었다. 


 내 지시 사항이 떨어지자마자, 그 시간까지 일을 마무리하기가 힘드니 내일 오후나 마감 시한이라 못 박은 20일까지 보내도록 하자는 의견을 기관장이 하고 나선다. 


 일언지하에 그 의견을 묵살하며 자세한 내용은 다시 상세 조사해서 보내겠다는 문구를 넣어서라도 재 지시한 항목만이라도 삽입시킨 도킹 오더를 그 시간까지 보낼 수 있게 하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먼저 퇴장했다. 


 불평이나 불만이 있을 것은 알았지만, 이번 항차 내도록 그 일에 매달리다시피 해왔는데 아직도 끝맺음을 못하고 있다니 하는 마음이 들어 거의 강제적으로 진행하도록 한 것이다.  나도 너무 일방적으로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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