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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Aug 29. 2017

의견이 달라도 그렇지

너무 편 가르기 하는 것 같아서...


 지난 안전품질회의에서 기관부에 대해 조기장(주*1)의 업무를 너무 기관실에만 국한시켜 일하려는 자세를 벗어나, 기관실에서 생기는 일이라도 일차로는 그 당직 중의 기관수들이 해결하는 방안으로 일을 진행시키고 진짜로 꼭 필요할 경우에만 조기장을 불러서 도움을 받는 방 안으로 할 것을 요청했다. 


 모두들 용접 수당을 지급받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해도 될 일을 조기장을 불러들여 시행토록 하는 것은 부서장인 기관장이나 일기사가 그렇게 일의 진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나의 지적에, 

-기관부에는 워낙 일이 많고 바빠서...

어쩌고 저쩌고, 하며 일기사가 변명 아닌 변명의 구구한 설명하려는 걸 말리며, 

-기관부가 힘든 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당직자들이 용접 수당도 지급받으면서 용접으로 해결할 일을 안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따라서 자신의 당직 중에 생긴 일 처리는 일차 당직자 자신들이 해결해야지. 

 하는 말로, 은근히 다음번에 조기장이 갑판에 나와서 하는 작업이 중간에 맥이 끊이지 않고 제대로 진행되어 마무리되기를 바라면서, 못을 박듯이 끊었었다. 


 오늘 조기장은 갑판부에서 청낙 작업을 한 결과 너무 녹이 두꺼워서 떨어 놓고 보니 철판이 얇아져서 도저히 그대로는 쓸 수 없게 된 비상계단의 발판을 새 철판으로 바꿔주는 일과 톱-브리지에 있는 비상통신용 안테나를 고정시키던 녹슬어 썩어진 파이프와 철판을 갈아주는 일에 투입되었다. 


 찬찬히 철판과 파이프의 녹슨 부위를 도려내고 새것으로 이어 붙여 깨끗하게 일 처리하는 작업 모습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동안 이런 식으로 손을 보아야 할 곳을 처리해 가면 진짜로 PSC 점검도 별 걱정이 안 되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저녁 식사 후, 자신에게 지시된 오늘의 작업을 잘 마무리한 조기장에게 기관장이 힐난하듯이,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서 수리를 했느냐? 대충해도 되는 것 아니냐? 

 라고 이야기했다는 들려오는 말에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무슨 심보에서 그런 말을 하였 단 말인가? 

어차피 자신이 관장하고 책임져야 하는 본선의 수리와 보수 분야인데, 꼭 갑판 부다, 기관 부다 하고 나눠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 심정은 도저히 이해의 테두리에서 찾을 길이 없어 보인다. 


 정확한 표현이야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조금씩 변질되었겠지만, 지금껏 보아온 그 사람의 태도를 참작하건 데, 충분히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하고도 남을 것으로 보아진다. 


나에게 전해진 이야기에다가

-기관실에도 할 일이 많은데... 

라는 말이 전치사같이 앞에 덧붙여진 말까지가, 실제로 기관장이 한 말이라고 한다.

그가 편가름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란 걸 거듭 확인한 셈이다. 


그러긴 해도 너무나 직설적인 표현으로 제 깐에는 최선을 다해서 일을 진행한 사람 더러 잘 한 것에 대한 칭찬의 말이야 못 할 망정 오히려 너무 일을 잘해주었다는 걸 비판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닌가? 


이제 그가 회사의 방침으로 하선하게 되어 그의 승선 후 생겨났던 어려움이나 바꿔야 할 폐단을 과감히 청산시킬 기회가 온 것으로 여기고 일해 볼 작정이다.

새로 오는 사람(지난번 회사 방침으로 내렸다가 다시 타게 될)에게 희망을 걸고 좀 더 새롭게 본선의 분위기를 쇄신하여 모두가 더 오래 타고 싶어 하는 배로 만들어 놓고 그만두려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지난 1월에 다시 승선하였건만 그동안 한 번도 훈련다운 훈련을 못하고 지나온 폐단이 모처럼 소화훈련과 퇴선 훈련의 실시를 통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예고돼 있던 훈련을 하려고 하면 그전에 무슨 일이 꼭 생겨 다음으로 미루는 일을 반복해오다 보니, 그간 사람들이 바뀌었어도 그에 따른 훈련을 못하고 왔었다.


 모레면 입항을 하는데 오늘마저 훈련 없이 지나서는 너무나 등한한 일임을 절감하여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늘은 하리라 작정하고 훈련을 강행하였다. 

사실 입항하면 내부감사가 이어 있는데 그때 선내 훈련 상황의 점검도 포함되어 있기에 미리 그 사항을 시나리오 화하여 훈련을 한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모두의 손발이 제대로 맞아주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일이 발생하고 작은 부상도 생긴 것이다. 

훈련 후의 강평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지만, 앞으로는 예정했던 훈련 상황은 무슨 일이 생겨도 꼭 우선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진행하겠다는 선언부터 하고 강평을 시작하였다. 


주*1 조기장 : 군 편제에 비교해 보면 선임 부사관급이다. 

선내 직제를 갑판, 기관, 등으로 구분할 때, 기관부 선원들의 최고위직이다. 

영어로는 <No.1 Oiler>이며 갑판부의 갑판장(보슨 Boatswain)과 동급의 선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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