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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Aug 30. 2017

포트 컨트롤과의 관계

선박 출입항 통제소와의 원활한 소통.

광양항에 입항하여 부두에 접안하기 위한 작엄을 하고 있다.


 어제저녁부터 불기 시작한 바람으로 마지막 입항을 앞둔 도착시간을 제대로 맞추기가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띠라서 부두에 작업 중인 배들도 꽉 차게 되어 접안이 늦어지니 자연 외항에 투묘하고 기다려야 하는 일도 길어지게 생겼다.


 오랜만에 기항하는 남편을 만나려고 처음 통보했던 예정을 따라 이미 부두에 찾아와 있는 가족들의 형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현장인 광양지점에서 그 가족들을 외항으로 내어 보내어, 접안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게 입항 수속을 해주겠다는 배려에 기대를 걸고 열심히 달려서 이제 도착을 약속한 시간에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대도 옆에 설계되어 있는 VLCC용 투묘지인 D-2 투묘지에는 그저께 우리를 따라내어 먼저 도착한 <아네모네>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어, 우리 배는 그 옆의 다른 구역에 투묘를 해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광양항을 관할하는 항무 광양에 통보하며 마땅한 투묘지의 안내를 요청하니 처음에는 적당히 안전하고 타 선박의 통항에 지장을 주지 않는 곳에 투묘하라고 한다. 마침 투묘하고 싶은 대도에서 315도 2마일 되는 해역에 투묘하면 어떠하냐니까? 그곳은 안 되고 <아네모네>의 동쪽에 투묘하라고 다시 알려준다. 


 그런데 그들이 지적해준 곳은 지점에서 터그보트까지 동원하여 가족을 방선시키려는 예정을 고려해 볼 때 그터그 보트가 찾아오기가 그만큼 외해 쪽으로 멀어지는 해역이라, 조금이라도 바람이 덜하고 파도도 낮아 보이는 아네모네호가 정박한 남쪽 1마일 정도 되는 곳에 투묘를 하고 보고를 했다. 


 내 보고에 퉁명스러운 응답을 하는 상대는 내가 자신들이 지시한 곳에 투묘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여, 듣기에 따라서는 당국의 지시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내 행동을 나무람하는 발언 같다. 


 언뜻 당국을 들먹이는 위압적인 그 근무자의 말투에서 공무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 같은 강한 느낌을 받게 되니 씁쓸한 기분부터 든다. 


 내 입장에선 바람과 파도를 옆으로 받을 때, 바람이 막힌 쪽은 잔잔하여 그쪽으로 통선이 접근하여 사람들을 올려주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투묘지로 다가서 자리를 잡으려 했는데, 터그보트를 탄 가족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투묘를 끝내야 하는 빠쁜 형편이 앞서기에 닻을 서둘러 내려주게 되었던 것이다. 


 투묘 후 잠시 미세한 움직임으로 닻에 긴장이 가게 만들던 선수가 점점 바람과 맞서는 상태로 변하더니, 어느새 양쪽 현 모두가 파도의 너울거림에 함께 빠져들며 닻 자리를 잡는다. 어지간한 작은 배들은 배 옆에 붙이기가 힘들어 보인다. 그런 와중에 터그 보트가 가까이 도착했다. 


 아무리 궁리해도 선미로 올라오는 방법이 가장 안전할 듯싶어 그쪽에 파이로트 사다리를 설치하기로 작정하고 우리 배를 향해 접근하고 있는 그들을 불렀다. 


 후미 갑판에서 그 작업을 지휘하며 이미 도착하게 된 터그보트의 앞쪽을 내려다보니, 그대로 내 눈에 뜨이는 아내의 반가워 손짓하는 모습도 보인다. 

부두에 접안한 동형선의 선미 모습.붉은 색 부분이 모두 물에 잠겨 있는해상에서,그 선미로 내려준 줄사다리를 이용 터그보트등의 작은 선박에서 사람들이 옮겨 타는 건 거의 곡예 이다


 이윽고 내려준 사다리를 제일 먼저 타고 올라오는 아내의 용감한 모습을 보며 전에 이런 경험을 했던가? 긴가민가하던 기억에 아하! 하는 탄성이 절로 새어 나온다. 예전 대천(고정항)에 기항했을 때 당시 통선으로 찾아왔다가 갑자기 나빠진 날씨 때문에 오늘 같은 고역을 치르며 배에 올라왔던 기억이 떠 오른 것이다.


 그때의 용감했던 모습이 하나도 안 변한 아내가 제일 먼저 씩씩한 모습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 아내를 방으로 안내해 주고 잠깐 쉬고 있는데 <항무 광양>에서 나를 찾는다는 당직자로부터의 연락이 왔다. 수화기를 들어 응답하고 나가니 뻔 한 이야기를 다시 되풀이한다. 


-지금 닻을 놓은 장소를 옮기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 장소가 광양에서 출항하여 나가는 배들이 부산 쪽을 향하여 갈 때 레이컨(주*1)을 물표 삼아 가는 곳이라 복잡해서 그랬습니다. 

-예, 잘 알았습니다. 이곳에 투묘할 때 지나가던 배들도 모두 이상 없이 피 할 수 있었고 해서 안심하고 이곳에 투묘했었는데,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 


 고분고분한 말로서 응답에 나선다. 귀찮은 일을 피하는 심정에서 말만은 최대로 부드럽게 응대해 주면서도 마음속으론 그들이 본선을 대하는 태도에 어딘가 고압적인 감을 느껴 씁쓸한 뒷맛이 남았지만, 이 모두 날씨를 탓해야 하는 나의 과민한 생각 때문에 생긴 반응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아니 그들이 본선을 재 호출한 시간을 보아도, 본선이 가족들을 승선시키는 작업을 무사히 끝낸 한참 지난 때이니, 나의 태도가 너무 피해의식에 과민한 것이었다고 생각을 바꿔도 될 듯싶어, 최대로 공손한 어조의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며 통화를 끝내었고, 이로서 닻을 뽑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재 투묘 작업은 없었다.


주*1 레이컨(레이더 비컨, Radar beacon) : 

① 레이더의 특정 목표에 대하여 탐지거리를 증대시키고, 

② 항행 목표로써 사용되며, 

③ 자기편의 식별을 위한 특별 목표로도 사용하는 응답 비컨(Transponder beacon:전파를 수신하였을 때 자동적으로 응답신호를 송신하는 장치)의 일종인 2차 레이더이다. 


 선박 또는 항공기에 장착되어 있는 레이더로 부터의 발사 전파를 수신하면 이것을 특정 부호로 변조한 다음 송신기를 통하여 다시 공간에 발사한다. 선박 또는 항공기는 이 전파를 레이더로 수신하여 자기의 위치를 측정한다. 보통 트랜스폰더에서 되돌아오는 전파는 레이더 송신파(送信波)보다 약간 주파수를 변경시킨다. 그 이유는 레이더와 레이더 비컨의 송신파가 동일할 때는 레이더의 강한 반사파와 비컨의 응답파를 구별하기가 곤란하며, 또 전혀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면 별개의 안테나를 사용해야 하므로 그 불편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육지와 가까운 항로상에서 만나는 레이컨은 통상적인 라이트 비컨-등부표-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그 기능에다 자신의 위치를 본선의 레이더 화면에 표지(몰스 부호 문자 등)로 나타내 보이게 하는 응답 장치가 부착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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