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때에 따라 짐이 늘거나 줄어드는 배의 풍경
부두에, 그것도 안전한 육지 속의 내항에 파묻히다시피 한 부두에 접안하고 있으면서도 바람 부는 그 소리가 무서워서 밤새 잠을 설치고 있었다.
-이 말을 배를 타는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좀체 경험하기 힘든 일이기에 의아해 하리라.
하지만, 그런 경험을 밤새도록 하면서 아침을 맞았다. 바람은 약간 잦아들었는가 싶지만 환히 밝아진 시간 때문이지 한 번씩 소리 높여 지나치는 바람 끝은 아직도 매섭기만 하다. 그때마다 항내이지만 파도가 일며 허연 파두를 저쪽 우드칩 선들이 접안하고 있는 부두까지 몰고 가서 그 배들의 뱃전에다 부스러뜨린 물거품을 끼얹곤 한다. 그 부두에 접안한 배는 죽을 맛이겠다.
날이 활짝 개인 모습이라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는데 아직도 작업을 재시작 하려는 기미는 전연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침 우리나라 시간이 아침 아홉시가 되니, 밑에 내려가서 전화 걸어 상황을 알려주려고 하는데 답답했던지 회사에서 먼저 위성전화로 걸려와 브리지로 올라갔다.
최상의 기대상황이 오늘 저녁 물때에 최대량을 싣고 출항하는 것이라 이야기하면서 아직 대리점에서 몇 시에 작업을 시작한다는 연락이 없다고 이야기해주며 달라지는 상황이 있을 때는 곧 연락을 하겠다고 통보하고 전화를 끊고 방으로 오니 마침 대리점원이 왔다는 보고가 들어 온다.
11시에 작업을 시작하여 오늘 20시에 출항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 시각이 10시30분인데도 아직 로더(Loader)는 배 쪽으로 올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다. 점심까지 먹고 한차례 담소들을 나누고 헤어질 12시 40분에도 로더는 작업하러 올 생각을 않은 채 쉬던 곳에 그냥 머무르고 있다.
20시에 출항 시킨다는 결정과 함께 18시가 되어서야 작업이 재개 되었다. 내일 아침 7시까지에는 기필코 출항해야 하며 만약 그 시간에 출항을 한다면 그때의 조고인 1.5미터를 감안한 15미터 20까지의 흘수를 만들어야 한다. 반면 오늘 20시의 출항이라면 조고가 2.0 미터가 되므로 내일 아침 물때 보다 50 센티미터 더 싣는 흘수로 만들 수 있는 형편이다.
그러니 가능한 실을 수 있는 양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로 싣고 저녁 물때에 즉시 출항하도록 작업 방향을 설정하여 19시45분 도선사 승선시간으로 결정했고 이 결정에 따라 1시간 45분의 작업이 전쟁과 같이 시작되었다. 이미 승선하여 기다리는 도선사의 양해를 구해가며 6번창에 마지막 1,000톤의 화물을 더 쏟아 부으니 125,966톤이 실린 것으로 계산되었다.
서베이어와는 구두로 그 양을 맞춰 주기로 하고 최종 대리점의 팩스 통보로 다른 선적 서류를 우리 배로 보내주기로 하고 출항을 서둘렀다. 부두에서 떨어질 때는 차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 외항 밖의 항해가 좀은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막상 도선사가 하선하고 항의 입구를 벗어나니 의외로 파도가 적어져 있어 오히려 그 만큼 편한 마음으로 RUNG UP ENG.(주*1)을 할 수 있었다.
주*1 : 항구를 출항한 후 더 이상 기관의 작은 사용이 없이 계속 전 속력으로 달리게 되었을 때 텔레그라프를 움직여 엔진 사용이 끝났음을 기관실에 알리고 전속으로 달리라는 뜻을 전달하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