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믐보고 떠난 눈에 드는 빗줄기
일본 규슈의 서쪽 도카라 해협을 빠져나오는 우리 배를 만나주던 빗줄기가 제법 강해지는 비로 변해가고 있다. 광양을 떠날 무렵 심한 가뭄 현상 때문에 비가 와야 하는데 하고 바라던 내 마음을 헤아려준 때문일까?
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가는 빗줄기였는데, 윙 브리지를 돌면서 바쁜 걸음걸이를 셈하고 있는 얼굴에 어느새 후드득 거리며 뿌리쳐 줄만큼 빗줄기는 굵어지고 있는 것이다.
출항을 하기 전 돌아본 구례나 하동의 섬진강은 너무 바짝 말라서 가뭄을 실감 나게 했었다.
오늘쯤 이면 비가 와서 해갈을 해줄 것이란 기상 방송을 들으며,
-비야! 제발 그렇게 내려 주렴아!
은근히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섬진강의 너무 넓어져 있는 백사장을 생각하며 그런 기원을 했었는데, 그 소원을 들어주려고 내리는 감패(甘▩)인 모양이다.
그래 지금쯤 섬진강에도 이렇게 비가 내리고 있겠지 생각하니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바다 위에서 비가 이렇게 오는 것이 뱃사람의 마음에는 결코 반가운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맑은 날씨를 숨겨주어 음울한 기운을 퍼지게 하기도 하는 게 비 오는 날의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구질구질한 빗줄기에,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한 듯 시큰둥한 마음이 들며 아무래도 분위기를 저조하게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뭄 때 같이 직접적인 비를 기다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비가 가지는 이런 음울성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약간의 거부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배도 달리고 비구름도 거칠 것 없이 달리고 있는 이 바다 위에서는, 육상에서와는 달리 태풍이나 커다란 저기압이 함께하는 상황에서의 심한 바람과 함께하는 비만 아니라면, 얼마 안 가서 스스로 그쳐주는 국지적인 비이므로 너무 우울하게만 생각할 계제는 아닌 것 같다.
며칠 전의 섬진강을 떠 올리고, 비를 기다리고 있던 우리나라의 농민과 이웃을 기억해내며, 이 비는 그와 연결된 바라고 있던 고마운 비라고 추켜 세우며, 잠깐 우울해지려던 마음에서 벗어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