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이 다른 예상 청구액
주부식비 청구 1.
필요한 선용금을 청구하기 위해 이번 호주 기항 시 주부식 구입을 얼마나 예정하고 있는지를 엊그제 조리장에게 물었다.
그 대답을 오늘에야 가져왔는데 미화로 5,000불어치를 수급하면 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단다.
아무래도 좀 모자라는 액수인 것 같아 두 번 세 번 되물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대답을 견지하기에 그대로 청구해 주기로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관계되는 부서를 불러내어 E-MAIL을 작성하면서 아무래도 주부식비 구입 액수가 모자랄 것 같다는 기분에 조리장이 요청한 액수보다 500달러를 더 청구하도록 선용금 전도 내역을 늘여 작성하여 보내었다. 그렇게 사무적인 일을 끝내고 난 후,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내가 구례의 집을 둘러본 이야기를 동생에게 하니 어서 빨리 계약을 해서 사라고 막내 동생네가 부추기며 같이 합동으로 사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단다.
-그렇다면 사도록 해요.
나도 덩달아 그리하라고 이야기 해준 후, 바쁜 전화라며 끊었다.
주부식비 청구 2.
출항한 지 이틀이 지나고 있지만, 그 안에 주말이 걸리고 또 하루는 일본 연안을 통과하기에 갑판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따라서 광양에서 하역하고 남겨진 석탄의 찌꺼기가 갑판 곳곳에 아직까지 널려있다.
아침 운동하는데 그 깔려 있는 석탄 찌꺼기로 인해 미끄러지는 일이 발생하여 휘청이기를 벌써 서너 번이나 했다.
오늘 오후만 지나면 깨끗하게 청소되니 내일부터는 쾌적한 상태의 갑판을 돌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그런 지저분한 상태의 갑판이나마 열심히 돌아 예정한 만보의 걸음을 넘겨주며 방으로 돌아왔다.
일곱 시가 되어 식사를 하러 식당에 내려가니 점심 거리를 다듬고 있던 조리장이 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온다.
-선장님, 어제 신청한 주부식비에 1,000불을 더 해서 6,000불로 하여야겠는데요.
-........?
잠시 조리장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할 말을 잊고 있었다.
-어제 바로 청구액수를 회사로 보냈는데.....
이윽고 상황을 가다듬어 청구서가 발송되었음을 알려준다.
-그러면 할 수 없고요. 다시 계산해 보니 좀 모자랄 것 같아서요.
밑져야 본전 식으로 이야기했던 것인가? 그는 또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무래도 청구액이 적은 것 같아서 내가 500불을 더 청구하긴 했지.
내가 최종적으로 취한 행동을 알려주니,
-예, 잘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환해진 태도지만, 머쓱해진 얼굴로 자신이 하던 일로 돌아간다. 미안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