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엄마의 일에 응원을 부탁한다.
지난 1월 집을 떠난 후 몇 번의 전화 연락이야 있었지만 그뿐. 집에 가지 못했으니 너를 본지도 벌써 4개월 째로 접어들고 있구나.
너를 만나고 싶은 내 마음을 살펴 보건 데, 할머니께서 나를 보고 싶어 하시는 일도 갈음되는구나,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내 안부를 할머니께 꼭 전해 주렴.
광양에서 전화로 전해지는 네 목소리만으로도 너의 건강이 매우 좋은 상태임을 알아차리며 기쁜 마음이 들었었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네가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일을 될수록 빨리 이뤄내는 것도 듣고 싶었단다.
요새 엄마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움을 하고 있을 터인데 네가 도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엄마를 위한 응원을 하도록 부탁한다.
응원이라고 떠들썩하니 법석대는 게 아니고, 퇴근 후 집에 와서 피곤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진짜 내 집이 편하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몸도 마음도 편하게 해드리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구나.
출퇴근에 쫓기듯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상황에서, 가정주부의 일마저 혼자 해내는 피곤함이 어떤 때는 짜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 않겠니? (사실 너의 엄마도 최상의 건강한 상태만은 아니잖니.)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짜증스러운 일이 안 생기도록 미리 네가 청소도 하는 등. 하여간 엄마가 해야 할 일로 치부하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있는 일 중 네가 해도 되는 일을 골라내어 정성껏 해치우는 것이 엄마의 피로도 덜어드리고 기분을 좋게 하는 응원의 일인 성싶다.
지금 엄마가 당연한 자신의 권리로 받아야 하는 일이지만 소송이 되어버린 백수보험은, 그 보험에 가입하던 무렵만 해도 너의 엄마 아빠는 나이가 든다는 걸 별로 의식하지 않은 아직은 젊고 팔팔한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우리의 노후를 생각해서 두 사람이 각각 한 구좌씩 들려고 작정했던 연금성 보험이었단다.
당시 나의 직업이-마도로스라고- 위험직종이라며 가입이 거절을 당해서, 내 이름으로 드는 것은 포기하고 엄마의 이름으로 두 구좌를 들었던 것이란다. 당시의 경제 상황으로도 결코 작은 돈이 아닌 액수의 불입금이었지.
이제 슬그머니 고객의 눈치를 보아가며 아무런 말이 없는 사람들에겐 제대로의 연금 지불도 안 하고 넘기려는 그들 생명보험회사의 의도를 알게 되었으니, 마지막 방법인 법에 호소해서라도 그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엄마의 결단에 나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내 입장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인, 승선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단다.
집과 회사 간에 연락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화가 있긴 하지만 항해 중에는 너무 비싼 요금을 내야 하는 위성전화이기에 회사를 중간에 둔 E-MAIL 방식의 편지로 주고받는 것이 확실하고 돈도 들지 않으니 이를 이용하여 계속 연락을 끊지 않도록 하자꾸나.
이 편지는 우선 둘째의 ID로 보내지만 앞으로는 너와 직접 주고받을 수 있도록 너의 ID를 알려주길 바란다.
지난번 너의 엄마와 같이 가본 <구례의 집> 이야기도 그 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알려주면 좋겠구나. 둘째는 회사 일로 바쁜 것 같아 앞으로는 너와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많아지겠구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생활하자. 오늘은 여기까지 보내고, 너의 회신받은 후 다시 연락하겠다.
태평양 위에서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아버지가 보낸다. 2001년 5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