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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Sep 11. 2017

둘째애 보아라


 내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며 <어머님의 편안함과 건강을 위해 항상 기도드리고 있다>는 나의 인사말부터 먼저 할머니께 전해드리고 난 후 이 편지를 계속 읽어주렴. 

 

 조금 허풍 섞인 이야기 같지만, 자주 소식 전하겠다는 너의 답장을 받고 나서는 기다리는 재미로 매일 같이 멜을 열어보건만 오는 소식이 없어 실망의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생활도 자주 일어나고 있단다. 

밤 열 시부터 시작되는 위성전화 사용의 할인 시간대를 이용하기 위해 그때까지 잠을 안 자고 기다리다가 열어보곤 하는 멜이란다.

 

 그런데 다른 승조원들에게 오는 편지는 있는데 나에게 오는 것은 없다는 것이, 그렇게 씁쓸하고 허전할 수가 없구나. 오늘 하루도 또 아무 소식 없이 지났구나! 하는 유감을 품고 잠자리에 들게 된다는 이야기이지. 

 

 엄마와 D생명과의 싸움 결과가 아직까지 결판이야 나지 않았겠지만 엄마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것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중간중간의 상황을 알려주어 나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는 없겠니? 

 

 또 네 형은 왜 답장을 안 하는 것이며, 너의 엄마는 나한 테 편지 쓰면 안 된 다냐? 다음번 동승할 때를 대비해서 엄마 더러 편지 쓰는 연습을 하는 셈 치고라도 자주 소식을 전해달라고 부탁하는 나의 말을 전해 주렴. 

 

 호주와 우리나라를 왕복하는 항해를 하기에는 지금이 가장 좋은 시즌이라 아주 조용하게 움직이는 배 안에서 편안하게 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상상으로 시간을 보내는 적도 가끔 있게 되는구나. 

 예를 들어 지난번 엄마 랑 찾아가 봤던 구례의 집을 구입해서 샘물을 뒤뜰로 끌어들여 흐르게 하여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주어 고기도 키우고, 과일나무도 가꿔주며, 매일 아침 뒷산으로 등산하면서 산나물도 찾아보고 난초도 만나보는 조용히 사는 그런 생활을 꿈꾸듯이 그려본다는 말이다.

 

 확실히 그곳은 조용하고 햇볕도 하루 종일 머물고 있는 지역이라 환하지만 떠들썩 함이나 분주함이 싫은 사람에게는 그럴 수 없이 조용하여 맘에 들 거라는 느낌이 들 더구나. 


 아직까지는 조용하게 그림같이 사는 것이 부러운 마음이지만, 지금껏 도시 생활에 젖어 있던 몸이라 그런 식의 농촌 생활하기가 힘들 거라는 다른 사람들의 우려 섞인 이야기가 마음에 쏙 와 닿지는 않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이해는 하고 있단다. 감성과 이성이 따로 논다는 말이지. 

 

 이제 달력을 보니 5월 들어 신나는 연휴의 날짜에 오늘이 들어 있구나. 살과의 전쟁을 열심히 잘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런 연휴가 결코 다이어트에 방해되는 시간이 안 되었기를 바란다는 잔소리 성 듣기 싫은 소리를 보태며 끝내련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다시 한번 내 안부를 전하면서 네 형하고 엄마 더러는 꼭 편지를 써 달라고 부탁하여라.

지난번 엄마가 쓴 글이 <해양한국 3월호> 잡지에도 나왔더구나.

내일이면 솔로몬 해에 들어설 비스마르크 해역을 항해하며.  2001년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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