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해치커버(폰툰)를 정비하는 모습. 이 폰툰은 유압식 모터로 들어 올려서 레일 위를 굴러 좌우로 열리게 되어 있는데, 바퀴가 레일을 탈선할 경우 40톤이 넘는 무게의 폰툰이 홀드(선창) 바닥으로 떨어진다면 어떤 사고가 날지? 참담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선적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러 이제 3,4천 톤의 트리밍 카고 만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무사히 작업이 끝나게 되어 출항만을 앞두고 있는 셈인 항차 완성을 눈앞에 둔 즐거움으로 흐뭇한 마음 되어 쉬고 있는 데, 갑자기 방의 전화벨이 울린다.
-선장님 일이 생겼습니다.
3 항사의 다급하고 숨찬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온다.
-무슨 일이야?
무슨 돌발 사고가 발생한 것인가? 뜨끔 하는 속을 다스리며 급한 마음으로 되물었다.
-6번 창 스타보드(오른쪽) 해치 폰툰 휠이 조금 휘어져 안 닫히고 있습니다.
얼른 일어나 창의 커튼을 걷어 밖을 내다본다. 6번 창의 모습이 로더(LOADER)에 가려 잘 안 보이고 있다.
몇 시간 후면 출항해야 하는 시점인데 그런 일이 생겨 만약 해치 커버가 안 닫힌다면 어쩌란 말인가?
순간적으로 암담한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무사히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자기 암시를 해주면서, 사고가 난 부위들의 현상을 정확히 찍어 두려고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갑판으로 나섰다.
일의 지휘를 위해 안전모 안전화를 챙겨 쓰고 신었으며, 카메라를 들고 부지런히 가보니 오른쪽 해치 커버의 네 군데 휠이 약간씩 바깥쪽으로 휘는 형태(휠의 축 끝이 위쪽으로 휘어 올라간)로서 사진을 찍으려니 각도도 잡기가 힘들고 어지간해서는 사진에 잘 나타나지도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사진에 잘 나타나야 하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럼 진짜 사고가 나버리게 축이 더 휘어져 있고 휠이 레일에서 탈선하기 5분 전 상태까지 되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 혼자 피 식이 쓴웃음을 짓는다.
사진이야 아무리 잘못 나오더라도 사고로 이어질 정도의 큰일이 없는 게 백 번 나은 일이지, 사진 잘 나오자고 그야말로 5분 전 상태(어떤 일을 처리하기 위해 모두 준비가 된 상태) 같은 현장을 이루라는 바람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작업자들은 유압 자키로 폰툰 휠이 있는 부근을 들어주며 휠의 닿음 새가 원래 있던 자리로 가깝게 되돌아 가도록 조처해 주었다.
폰툰 중간 부에서 폰툰이 움직이도록 해주는 치차의 윗부분과 폰툰 밑바닥과 닿아있어 움직임에 방해가 되는 곳을 좀 더 벌어지게 휠의 밑에 3T 정도의 철판을 대어 높여주고 펌프를 돌리니 슬슬 제 길을 찾아 움직여준다.
-와 만세!
하는 환호가 절로 입 밖으로 나오려는 걸 삼키며, 마지막 제자리로 찾아들어 앉아 버려준 폰툰을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쳐다보았다.
이제 남은 일은 다시는 비슷한 일이 발생되지 않게 어떻게 보강을 해줘야 하는가를 연구하고, 그에 따른 수리 신청을 하는 일만 남아 있지만, 그것은 일단 출항한 후에 해도 되는 일, 일에 참여하여 수고한 선원들에게 일일이 노고를 치하하는 격려의 말을 전한 후 방으로 돌아온다.
-선장님 맨입으론 안됩니다.
작업자 중의 누군가 농담의 말을 내 등 뒤에 던져오는 걸 들으며,
-알았어, 출항 후에 보자고...
진짜 출항 후 맥주라도 한잔 할 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하며 방으로 들어서는 마음은 아까 방을 나설 때와는 달리 아주 편안 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