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상 기다려보기도 했던 뉴캐슬 외항이었는데...
비 내리는 회색의 날씨와 빗물에 묻혀 흘러가듯이, 그렇게 뉴캐슬항을 떠난다.
항내의 수면은, 칼국수를 밀기 위해 마련된 상판 마냥 매끈하니 펼쳐 저 있지만, 회색 빛 안개비로 인해 음울한 기색에 젖어들고 있다.
선적작업은 벌써 몇 시간 전에 끝났지만, 고조시의 더해진 수면의 높이까지 감안해서 짐을 빵빵하게 실었기에, 조고가 제일 높아진 시간에 맞춰서 출항하느라 기다린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날도 저물어 어두워지며, 비마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 철에 접어드는 이곳의 사정상 저녁이 찾아오는 시간이 빨라지니, 오후 네 시에 승선한 도선사가 모든 라인을 풀어내고 배를 부두에서 떼어 낼 무렵인 네 시 반이 되니 벌써 어두움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 출항 항로에 들어설 무렵, 뉴캐슬의 명물 NOBY'S HEAD 등대를 지나 입항해오든 배를 만나게 되어, 처음에는 우현대 우현으로 통항하려다가 좌현대 좌현으로 바뀌었는데, 이유는 도선사가 헬리콥터로 내리는 걸 편하게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일단 방파제 밖을 나와 놓고 보니 너울의 모습이, 바쁘게 본선이 우현으로 돌아 주어야, 파곡에 빠지지 않고 파도를 정면으로 타고 넘을 수 있고 흔들림이 적어 헬리콥터가 내리는데 안전한 상황이니, 좌현대 좌현으로 스쳐 지나도록 조치한 일은 잘한 결정이었다.
안개가 잔뜩 끼어 있는 외항에는 지금 우리 배와 스쳐서 입항한 그 배를 빼놓고는 기다리는 배가 한 척도 없는 걸로 레이더 화면은 빛나는 점 하나 없는 검은 색 일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외항에 투묘하고 기다리는 배가 한 척도 없는 경우는 20년 가까이 이곳을 다니면서도 처음 겪는 일이라 그런 내 느낌을 이야기하며 말을 거니 도선사도 자신의 감정 표현을 위해 어깨를 으쓱하며 어찌 된 일인지 참말로 그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갸웃 뚱한 표정을 짓는다.
잠시 후, 헬기가 나타나서 해치 폰툰 위의 헬리포트에 조심스레 내리더니 도선사를 싣고 떠나가 버린다.
남의 훈련을 받게 하려고 잠깐 넘겨주었던 애견의 고삐를 다시 찾아 잡은 기분 같은 느낌으로, 본선의 조선권을 도선사로부터 되찾아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귀항 길 항해로 들어선다.
뉴캐슬 항구의 등불들 모두가 이미 안개비 속으로 점점 뿌옇게 사라지며, 그 하늘에 약간의 빛의 흔적만을 남겨 아쉬운 이별의 서러움을 다독여 주는 데, 입항을 기다리는 배 한 척 없는 고즈넉한 외항의 풍정은 어쩌면 쬐꼼의맨살조차 들어내 보이는 게 부끄러운 사춘기 소녀를 보는듯 한 느낌을 풍겨주며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