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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Oct 01. 2017

집에는 별일 없겠지?

늘 집안일을 뇌리에 새기는 생활

 


 어제 그곳 뉴캐슬을 떠날 때 평소 같았으면, 우리 배가 나올 때쯤의 바깥쪽 외항에는 닻을 내린 채 기다리는 배들이 여러 척 있어 불을 밝히고 있었을 터인데, 어쩐지 기다리는 배가 한 척도 없으니까, 날씨가 비가 와서도 그렇지만 점점 황량하고 깜깜한 어둠만이 출렁거리는 웅크린 바다가 되면서 내 심금을 씁쓸하게 만들어 주더구나. 


 20년 가까이 이곳을 다녔으면서도 그런 상황은 처음 당하는 일이라 웬일인가 싶어, 무슨 종말이라도 당한 것 같은 묘한 기분도 들었단다.

 출항 작업을 끝내고 헬리콥터로 우리 배를 떠나던 파이로트도 이상한 일이라며 자신도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이야길 하였었지.


 그만큼 이곳 호주의 경기가 침체되어 있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더구나. 이곳을 처음 찾았던 시절엔 호주 달러가 미화보다 환율도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거꾸로 되어 미화의 거의 반 밖에 안 되는 환율로 이번 항차는 호주 1달러가 미화 0.5096 달러이더구나. 

게다가 변동 환율이라 달라지는 그 숫자로 인해 이곳에서 구입하는 주부식 대금의 물건 값이 호주 달러로는 같은 값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미국 달러로는 매 항차 달라지는 경우를 당할 수밖에 없단다. 


 그러나 미화로 지불하는 우리 배 입장에서는 일종의 환 차액 이익을 갖게 되는 일이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은 물가가 올라가는 과정일 뿐이라 여겨진 단다.


 나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호주에서 전화도 걸어 집안 소식을 알고는 있지만 전화 걸었던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건 집을 떠나면 늘 갖게 되는 집 떠난 증후군이라 생각하면서도, 하여간 궁금하게 여기며 생활하고 있단다. 간접 이메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용할 수 있게 배려되어 있으니 자주 서로의 안부와 소식을 확인하며 살자꾸나. 


 다음 항차는 우리 배가 수리하러 중국으로 독킹을 가게 될 것 같은데 그때 너의 엄마와 동승을 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단다.

 아마도 그 항차가 아빠 엄마가 배를 함께 타고 가게 되는 마지막 동승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7월 중순으로 예정하고 있는 그때를 대비하여, 장마가 와도 새지 않게 집수리도 해야 할 거고 하여간 부부가 모두 집을 떠난 상황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점검하여 해결해줘야 할 것으로 여기고 있단다. 


그런 일 들에는 짓밟힌 고객의 권리를 찾아내려고 바쁘게 뛰고 있는 O생과의 껄끄러운 일도 포함되어 있는데, 사실 대기업이 힘없는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부린 횡포이니 잘될 것으로 믿고 있단다. 

그 일이 고객을 위한 쪽으로 해결되어야만, 이 사회에 정의가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거라고, 피해자도 되는, 나는 굳게 확신하고 있단다. 


 사실 보통 주부로서는 해내기 힘든 일이지만, 줄 것은 주지만, 받아야 할 것 또한 꼭 받아야 한다는 의무와 권리를 밝히며, 대기업 보험사가 부리는 불법적인 횡포에 대항하는 일에 혼신의 투자를 하고 있는 네 엄마를, 내 아내이지만 존경하는 마음으로 주시하며 마음으로 나마 성원하고 있단다. 

 우리 가족 모두가 똘똘 뭉쳐 이런 엄마의 일에 도움을 주며 힘을 실어 주도록 각자가 도울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도록 하자. 


 얼마 전, 둘째로부터 자기네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한다고 인원감축을 하며 발생한 일들로 인해 마음 고생하는 심정을 전해 들었지만, 세상이 이렇게 빡빡하고 힘들어지는 것은 앞으로도 오히려 더 계속되면 되었지 없어질 리가 없는 일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할 것 같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또 보내도록 할게. 산호해를 북상하여 집을 향해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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