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중 적도를 통과하는 일은, 장거리의 장기 항해에 투입된 선박에서는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범선 시대 때부터 그런 장거리 장기간 항해가 선원들의 마음에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되어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예전부터 그런 선원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긴장도 완화시켜 주어 여러 가지의 동료들 간의 충돌도 방지하여 순화하려는 방안의 한 가지로 적도 제라는 이름의 행사를 적절히 시행하는 관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 풍습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추가되고 보정되면서, 현대에 와서는 적도뿐만이 아니라 경도 180도인-날짜변경선-을 통과하는 일에도 적도제에 준하는 행사를 할 수 있게끔 회사 차원에서 배려해주게 된 것이다.
모든 회사가 다 비슷한 형편으로 우리 회사는 전선원의 일 일분 주부식비를 경비로 쓰도록 해주고 있다.
지구 상 바다를 남북 간으로 운항하면 적도를 통하게 되는 것이요, 태평양을 동서 양방향으로 움직이면 날짜 변경선을 통과하는 데, 이 모든 항로가 장거리에 장기 항해는 떼어놓은 당상이니 양쪽을 공평하게 대하는 의미에서도 제를 지내게 하는 것이다.
더하여 그 두 가지 방안 만으로는 지루한 시간 메꿈의 사이를 적당히 좁힐 수는 없다고 여겼음일까?
배에 따라서는 다른 일에 지장이 없는 날짜상 주말이 되는 때를 택하여 매 항차 한두 번씩 긴장도 풀어주며 기분도 적당히 내게 술도 한잔씩 할 수 있는 후부 갑판에서의 불갈비 파티 같은 방안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게 되었다.
오늘은 그런 주말. 은근히 기다렸기에 즐겨보려고 작정을 하고 시작한 불갈비 파티 이건만, 사정없이 퍼붓는 비 때문에 조금은 움츠려 들은 상태로 주말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거 이상하네요, 제가 와서 지금까지 세 번째 행사인데 모두 다 이렇게 비가 오고 있으니 말이에요.
행사 상황을 둘러보려고 후부 갑판으로 내려가니 드럼통을 개조하여 만든 화로에 숯불을 피우며 준비하고 있던 조리 장이 한 말씀 거들고 나선다.
그 친구의 말마따나 요 근래 이 선내 파티 때는 늘 비가 오고 있었음을 기억해낸다.
-그게 어찌 보면 용왕님 하고 잘 통해서 그런 거 같은데...
-........?
-비가 안 왔으면 더워서 힘들었을 터인데 비가 오니 시원해서 좋고, 더 잘 먹게 되고, 그런 거 아닐까?
그런 말을 해주며, 어차피 시작된 파티 더 이상 흥이 깨지지 않고 무사히 끝내지 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 오는 상황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의미를 붙여 본 것이다.
그런데 그 생각이 제대로 맞아떨어졌음 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용왕님이 보살펴 주었다는 확신을 가져 볼 만큼, 그렇게 심하게 쏟아질 것 같던 비가 어느 정도 내리고는 고맙게도 무지개를 펼처보여 주면서 다시 맑은 하늘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니 오늘은 노래방도 특별히 시간을 더 주며 오픈해주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