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26일 써서 보낸 편지 잘 받았다. 할아버지 기일에 모두 모여 추모예배를 드렸다니 기쁜 마음 금할 수가 없구나.
그래 나는 혼자 떨어져 있으니 그런 날 들에도 어쩔 수 없이 지내야 했는데 집에서는 그래도 식구들이 모두 모여 앉아 기념 예배를 드리며 보내 다니 얼마나 할아버지도 기쁘시겠니.
산소에도 갔었니? 지금쯤 그곳에서는 뻐꾸기의 소리가 너무 애잔하여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겠구나. 11년 전. 그곳 영락 동산에 갔을 때 들렸던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너무나 처량해서 환한 낮이었지만 아버지를 잃게 된 슬픔이 보태지어 더욱 서러워지던 기억이 새롭구나.
제사로 모시는 것 나도 찬성하는 일이다. 앞으로 내가 집에 있게 되는 때는 그렇게 할 작정이다.
너무 너의 일에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는 말 거라. 고민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그런 고민을 할 순간을 이미 그 일이 진행되는 때로 삼는 것을 더 먼저 해야 하는 원칙으로 삼아야겠지.
세상의 걱정거리란 게 그렇게 생각하고 매달려 그렇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 근데 그게 맞는 말이란 생각이 문득 들기에 해보는 말이다.
모든 생에 있어서 그 최종 책임자는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이니 결정과 실천도 스스로가 판단하여 좋은 쪽으로 해나가야 하겠지. 한꺼번에 모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스텝 바이 스텝 한 가지 씩 해결해 가면 어느새 만족할만한 결과에 도달하는 게 아닐까? 건투를 빈다.
엄마가 지금 싸우고 있는 일의 단계를 좀 더 높은 강도로 진행하는 게 나을 것 같은 생각도 드는구나. 가능하다면 방송에서 진행하는 민원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도 나가고 인터넷에도 대대적으로 띄우고 하면서 말이다. 그리 될 경우 너무나 많은 민원인이 생겨날 수도 있어 그들이 골치 아파할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올바른 기업풍토를 정착시키며 정의로운 사회로 들어가기 위해서 우리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는구나. 기업 신의가 없는 그런 기업은 차제에 영원히 이 사회에 발붙일 곳이 없게 만들어지는 게 사회정의라고 믿기에 하는 말이다.
집수리도 되었 다니 이번 여름 장마를 당해도 끄떡없이 지내게 될 것으로 여겨지어 우선 한 시름 놓게 되는구나. 그때가 엄마, 아빠 모두 집에 없는 시간이 될 것 같은데, 천장에서 물이 새는 그런 불상사는 없어야 하지 않겠니? 하여간 무슨 일이 생길지라도 네가 있어 잘 해결해줄 것으로 믿는다.
사실 편지를 쓰면서 네 말마따나 엄마가 보낸 편지를 기다리는 심정이 있단다. 한데 아직까지 편지 한 통 안 썼으면서 받기만을 고대한 다니 너무한 것 아니니?
-받는 것만 생각 말고 먼저 써서 사랑받자.-
너 네 엄마한테 강력히 이 이야기를 촉구해 주길 바란다.
회사 창립 기념일이라고 이번에는 玉 이불을 전달한다고 하던데 받았는지? 별로 탐탁한 생각이 드는 선물은 아니지만 회사가 우리를 늘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항이지.
오늘은 여기서 쉬어 가련다. 더위 조심해라. 2001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