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버린 아내 편지

컴퓨터 조작이 서투르니...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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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BB라는 이름의 파일명으로 첨부된 메일이 내게 들어왔다. 큰 애의 인터넷 주소를 통해 배달된 것으로 아내의 편지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본다.


그 편지 내용을 보기도 전에 아끼는 마음부터 들어, 통신용 컴퓨터에서 A-DRIVE로 다운로드하여 디스켓에 수록한 후 원본은 파기하기로 작정한다.


그곳에 남겨 둬 보아야 통신실을 이용하는 타인들에게 쉽사리 노출되므로 소중한 내 아내의 이야기가 아무에게나 흘러드는 것이 싫은 때문이다.

복사를 끝내고 파기를 하려고 컴퓨터의 동작 순서를 밟아 가는 동안, 다른 한편의 마음은 얼른 읽어보고 싶은 갈증에 초조감조차 찾아든다.


그러나 얼른 열어 무슨 이야기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픈 생각을 그냥 참은 뜻은 그렇게 열면 TEMP. 파일에 그 내용이 등재되어 기록으로 컴퓨터에 남는 것이 싫었던 점과, 내 방에 가서 편한 마음 가운데 열어 보리라 작정했기에 복사 후 빨리 삭제시키는 일을 진행한 것이다.


마침내 방으로 돌아와 내 방 컴퓨터에 복사해 온 디스켓을 넣고 아내의 편지가 떠 올려 지기를 기다린다.

작동은 스므스하게 되어 잘 돌아가는 것 같은데, 화면에는 아무런 글자도 떠오르지 않고 있다.

왜 이러는 거야 뭐가 고장 났나? 하는 설렘으로 화면을 자세히 살피니 이미 본문이 떠올라 있어야 하는 상태로 파일은 잘 열려있다. 단지 아무런 글도 들어 있지 않은 빈 파일만이 들어 있었던 때문에 하얀 컴퓨터의 화면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가 안 된 것으로 여겨짐이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되는 게 아닌데~ 하는 심정에 메일을 처음 받자마자 다운로드하였던 통신실 컴퓨터에 가면 혹시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요행을 바라고 다시 통신실을 찾아가 본다.


하지만 그건 시키는 대로만 하는 돌대가리 컴퓨터를 인정 안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일 뿐이었다. 아까 A-DISKET에 다운로드하기 전에 한번 띄워보고 싶어 했던 마음대로 어쩌면 그곳에서 열어 보기를 했었다면, 그 즉시 임시 파일에 들어가 있기라도 했을 터인데 하는 부질없는 바람에 기대를 걸어본 것이 그냥 꽝이 되어 나타난 거다.


혹시 내가 열어본 것이 아닐까? 하는 나 스스로가 기억에 반하는 행동을 했기를 은근히 기대하며 그곳을 뒤져 파일을 찾아본다. 그러나 방금 전의 기억이 틀릴 리는 없는 것이니, 찾아내지 못하여 포기한 채 방으로 되돌아오는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몇 번이나 편지 써서 보내라고 닦달하다시피 조르는 내 성화를 무마하려고 힘들게 시간 내어 썼을 아내의 편지인데 글자 한자 못 보고 끝을 내다니 슬슬 속이 뒤틀리는 짜증이 생긴다.


그러나 나와 비슷한 이유와 행동으로 인해 집에서부터 공 파일을 보냈을 경우도 있을 것이란 내 멋대로의 이유를 만들어 내어, 다시 편지를 재송하라고 연락을 보내기로 한다.


내가 취했던 모든 행동을 소상히 적어서 다시 편지를 보내기로 작정하며, 왜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집에서도 자세히 알아보고 알려주기를 청한다.


이제 전화가 잘 되는 위치까지 배가 도착해 있기에 전화를 걸어 즉시 연락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참기로 했다. 그렇게 전화를 피하고 편지를 이용하는 마음은 두 가지 일이 각각 가지는 독특한 장점 중 특히 편지의 정감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우세하여서였다.


편지가 갖는 은근한 정서 속에 깃든 글 뒤편의 정감을 만끽하고픈 마음이라, 전화 말 몇 마디로 사실의 확인 만으로 끝나면 사라져 버릴 정감은 싫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썼던 것일까? 다시 내 기분에 유리하게 상상하며 즐거운 마음을 갖는 편이 얼마나 바람직한 가를 입맛을 다시며 강조해본다.


상대를 믿어주는 믿음 위에 펼쳐지는 내 상상은, 그냥 상상이 아니라, 그대로의 삶이 깃들여진 우리 부부의 별리 속 사랑이 아닌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오늘의 잘못된 상황을 달래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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