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이 꽃망울을 맺었어요.

우리 집 행운목 이야기.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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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우리 집에 있는 꽃을 피웠던 행운목. 여름이 되어 밖에 내놓을 때 직사광선을 막아주지 않고 직접 햇볕을 쏘이면 잎이 타 들어가는 연약한 모습도 가지고 있다.


집에 있는 행운목이 꽃대가 올라와 꽃망울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들뜬 아내의 목소리가 어쩌면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리었다.


지금까지 여러 대의 행운목을 배에서 가져다가 길러 오면서 그 향기로운 꽃 내음을 맡아보기를 갈망하며 지내왔건만, 그 나무를 알아 온 지 30년이 넘은 지난 세월 동안에 딱 두 번 배 안에서 키우던 나무 두 화분에서 꽃을 피워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집으로 가져와서 키우던 녀석이 꽃을 피운 적은 없었기에 굉장히 꽃 피우는 녀석을 집에서 보고 싶었는데, 이제 그 소원을 풀 수 있게 된 소식이 아닌가?


아버님께서 생존해 계셨을 때, 그 꽃을 집에서 피워서 보여드리고 싶었던 간절함을 가졌던 때도 있었지만, 집에 갖고 온 녀석들 중 내 소원을 들어준 녀석은 한 그루도 못 만났었다.


그렇기에, 배 안에서 꽃을 피운 녀석들의 모습을 사진 찍어서 모양만 보여드리고, 그 향내는 그냥 야래향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로 때웠던 기억이 아직도 어제인 듯 생생하다. 아버님께서도 굉장히 그 꽃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계셨던 것 같았는데...


다음번 집에 들러서 아버님 산소에 라도 가게 되면, 또 한 번 그냥 소식으로 라도 집에서 꽃핀 소식을 전해 드려 야지 살짝 흥분한 마음마저 든다.


-아버님, 우리 집의 행운목이 꽃을 피웠어요. 냄새도 진한 향기로운 꽃을 말입니다. 집안에 좋은 일이 있겠지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에 잘 관찰하며 조심해서 돌보아 주도록 아내에게 부탁의 말을 보냈다.


이 나무에게 행운목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데 한몫 단단히 거든 셈인 내가 이 열대지방 출신의 나무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순전히 배를 타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장직 초년병 시절, 남양재 원목을 실어 나르기 위한 원목선에 승선하여 자주 인도네시아와 말레시아를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원목을 집하하여 선박에 실어주던 칼리만탄(보르네오섬을 인도네시아에서 부르는 이름)의 어느 작은 항구에 상륙했던 어느 날. 중국음식점에 들렸다가 화장실을 찾게 되었다. ( 그런 작은 시골 구석에 있는 음식점도 거의가 중국계 인니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우리네 화장실과는 전연 다른 독특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화장지 대신으로 사용하는 물을 푸는데 쓰이는 긴 막대에 묶여있는 작은 바가지가(쪽박이), 가득 찬 물이 살살 흘러넘치고 있는 큰 수조 옆에 놓여 있어 용변 후 사용하도록 준비되어 있는 모습이다.


더하여 실내의 넓은 시멘트 타일 바닥 위에는 화장실 쓰임새와는 무관해 보이는 작은 나무토막들이 나란히 정렬하여 흐르는 물에 바닥을 적시고 있는 모습을 만나게 했다.


이야기를 들어서 용변 후 순전히 물만 사용하는 변소는 알아보았지만, 뭣 때문에 짧게 자른 나무토막들을 적시게 해 놓은 채 그렇게 오와 열을 맞추어 세워 두었을까? 의아한 마음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들 나무토막들은 하나같이 볼록한 부분을 몸체 여러 곳에 가지고 있었고, 개중에는 그곳이 터져서 싹이 나와 잎으로 자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봐서 무슨 약재에 쓰려고 그러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되어 나중에 물어보니, 그게 아니라 우리 같은 외국 선원들에게 화초같이 팔려고 준비한 것이라 한다.


그들의 설명으로 알게 된 내용을 종합해 보면, 나무토막을 싹이 돋아나게 물에다 담가서 키우면 나중에 뿌리도 나오고 줄기도 커져서 잎도 나온단다.

그만큼 키워서-싹을 티워 뿌리가 나오게 하여- 흙에 옮겨 심어 잘 키우게 되면 잎이 더욱 무성하게 잘 자라게 되면 꽃도 피는 나무라는 설명이다.


꽃을 보게 되는 데 까지 가는 돌봄을 훌륭하게 이뤄낸다면, 진짜로 행운이 찾아온다는 이야기까지 해주며, 한 개 사서 실험해보라는 권유도 잊지 않는다.


장삿속으로 떠드는 이야기겠거니 하면서도, 잎이 솟아오르고 있는 그 토막나무의 모습이 신기하여 못 이기는 채하며 세 갠가를 샀던 게 첫 인연이었다.


그 항차 우리 배에 올라온 토막 행운목의 숫자는 선원 모두가 두서너 개씩 사서 실었기에 각자의 선실은 모두 그 나무토막을 담은 각종 그릇으로 방안이 좁아질 지경이었다.


그때 현지어의 이름을 물어서 적어 두긴 했지만, 발음하기가 어려워 곧 잊어버렸고, 그들이 꽃을 피우게 되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 말만 새겨두어 그냥 우리말로 행운목이라 부르며 열심히 물이 떨어지지 않게 돌보아 주었었다.

그렇게 배안에서 돌보며 기르다가 연가로 하선하는 짐 보따리와 같이 상륙하기도 하며, 또 그 나무의 왕성한 생활력에 신기한 눈길을 보내던 사람들이 한두 화분씩 선원들로부터 선물 받게 되고 보니, 국내에서도 점점 행운목의 모습이 흔해지기 시작하였다.


열대산 나무이기에 추위에 약한 것은 알았지만 그 추위를 막아준다고 연탄난로 가까이 두었다가, 연탄을 갈을 때 새어 나온 가스로 인해, 얼어 죽는 것보다 먼저 가스 중독으로 잎이 말라버리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어, 연탄가스에 약하다는 정보도 알려주며 선물하기도 했다.


연가와 승선이 반복되어 다시 원목선에 승선하던 그 몇 년 동안, 승선 즉시 구하여 돌본 행운목이 또 꽃을 피우지 못하여 나와는 인연이 약한가? 실망하던 중 드디어 기다리던 꽃피는 나무와 만나게 되었던 날, 그때 그 기쁨은 은은한 꽃냄새와 함께 잊히지 않는 일로 내 뇌리에 새겨져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만나 볼 수 있는 주로 잎사귀를 관상하는 나무로 되었고, 이름도 행운목으로 굳어 버린(?) 이 나무, 영명으론 드라세나(Dracaena)라고 한단다.


집에서 벌써 몇 년 동안 키우던 나무였는데, 이제 꽃을 피우려 한다는 아내의 전갈에 그 꽃의 모습을 떠 올리는 심정은 마냥 <바냑 빠구스>(주*1)이다.


이번 국내 기항 시에는 기쁜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에 벌써부터 들뜬 마음이다.


주*1 : 인도네시아를 다니던 때 배웠던 단어로 영어로 하면 <Very good>이지만, 그 당시 현지인들과 이야기할 때에 쓰던 감정으론, 아주 많고 친근하고 좋은 감정을 표현하는 말로 나에겐 각인되어 있어서 써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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