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누락되는 편지에 낙망하는 마음
며칠을 두고 기다리던 편지가 도착하여 조심스레 받아놓고 보니 또다시 텅 비어 있는 파일이 나를 놀리는 듯 열리는구나. 이제 집으로 편지 보내는 건 포기한다.
아울러 집으로부터 편지 받는 것도 포기하고 싶다고 엄포를 놓고 싶구나.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다는 사실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으며 지난번 엄마한테 보냈던 편지의 말미에 붙였던 말을 그대로 복사하여 보낸다.
큰 애야! 답장을 또 아무런 글이 들어있지 않은 빈 파일로 만들어 보내지 말거라. 두 번씩 그랬으면 됐지 또 그런다면 맥 빠지고 김새는 일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가 없어지는구나.
둘째야! 내가 물어본 것의 회답 빨리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틈틈이 소식 좀 전해주면 어디가 덧나니?. (11일 자 편지 잘 받아 보았다)
진짜 맥 빠지고 김마저 새어 더 이상 무어라 말을 보태기도 싫구나. 잘 지내거라. -아빠-
그냥 위와 같이만 써서 보내면, 나만 심정 상하는 걸로 끝날 수 있었던 일을, 우리 가족 모두가 기분 나빠지게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을 추슬러 몇 자 더 적어 보탠다.
지금 가는 포트 헤드랜드라는 곳이 몇 년 만에 가는 곳이지만 마치 처음 가보는 장소인 것 같은 착각마저 생겨서, 입항할 때와 입항한 후의 일들을 미리 생각해서 챙기려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란다.
게다가 싣고 갈 화물이 평소 때와 다른 종류로 바뀌니 입항 전까지 모든 선창을 깨끗이 물청소를 시행하여 그곳에서 짐 싣는데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 해서, 출항 후 오늘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청소로 인해 모든 승조원이 기진맥진한 지경에까지 이르러 있단다.
이런 때 집으로부터 소식을 받게 되면 한결 마음이 가라앉고 기분이 좋아지어 무슨 일을 해도 힘든 줄을 모르는이점이 생기건만, 그런 만큼 반대의 경우에는 기분을 깎아내리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좋다 말았으니 기분이 하향곡선을 그리려는 걸 억지로 쳐 올리고 있단다.
아직도 무더위에 비는 오지 않고 있는지? 지금 쯤은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찾아갈 시즌이 되었건만 계속 꾸물거리며 비를 안 내려주는 자연현상이 안타깝기만 하구나.
차항에 중국으로 가는 것이 아직껏 확정이 안 되어 그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혹시나 너무 늦게 연락이 닿아 그때부터 출국 수속하면 지장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도 드는구나.
답장 편지는 차라리 파일로 만들지 말고 그냥 쳐서 보내는 게 낫겠다. 못 받아 보는 것보다는 그렇게 라도 받아보는 게 훨씬 나은 방법이 아니냐, 말이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끝내고,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은 다음 다시 써볼게.
포트 헤드랜드에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