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맑은 하늘을 바라본다는 건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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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비 온 뒤 맑은 하늘을 바라본다는 건 정말로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하늘엔 장마 전선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벌써 비 때문에 피해가 생겼다는 소식도 들려 오구요.


사람이란 어쩔 수 없이 간사한 존재인가 봅니다. 비를 안타깝게 바라고 있었지만, 그 비 때문에 생기는 피해만은 또 없었으면 바라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머니의 중국행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회사에 사진과 여권, 그리고 승선신고서를 보냈습니다.

막내 에게도 책과 CD를 보내 주었고요. 몇 가지 준비가 채 안되어 좀 미안하긴 하지만 나중에 보내주면 되니까. 우선 준비된 것부터 먼저 보내준 것입니다.


어제는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마당가 넝쿨에 열린 포도에 봉지를 싸매 주었습니다. 김포 작은할아버지께서 전문적으로 과일을 싸주는 봉지를 여러 장 보내 주셔서 한 10 여개를 싸매 놓았죠. 그 정도 열렸다는 이야기이죠.

올해는 깨끗한 포도를 먹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익은 놈으로 아버지께도 보내 드릴게요.


요즘은 요한복음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창세기나 출애굽, 마르코와는 다른, 더 깊숙한 공부를 한다고 할까. 좀 맛이 다르네요.

그래서 성경도 다시 읽고 있는데 예전과 다른 느낌입니다. 전에는 그냥 먼 산 바라보듯 읽었다면, 요즈음은 숲길로 난 작은 길을 찾는 느낌입니다. 성경 읽기가 점점 재미있어지고요. 기도의 중요성도 다시 생각하게 하더군요. 지식이 아닌 느낌으로의 종교를 위해서요. 이런 느낌을 둘째나 막내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음 달 초면 아버지가 집에 오시는군요. 어머니는 요즘 '여행'에 대한 준비로 무척 바쁘시답니다. 입고 갈 옷 장만, 밑반찬 준비, 각종 공과금에 통장 정리 아하! 정화조 청소도 남아 있군요.


따분한 일상 속에서 한 조각의 기쁨, 즐거움을 찾는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겠지요. 아버지께 보내는 이 편지가 그런 것이 되면 더욱 좋겠지요?

아버지 건강 조심하시고요. 또 편지 쓸게요.

01년 06월 00일 큰아들 OO 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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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동승하려는 상황도 아니건만, 이번의 동승에 거는 아내의 기대가 유별난 것으로 느껴진다.

어쩌면 이번이 나의 승선 중 마지막으로 주어진 가족 동승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많기에, 아내는 동승 마무리를 겸한 여러 가지의 뒤처리 까지도 생각하는 모양이다.


또한 중국으로 여행한다는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 될 걸로 바라며, 그 준비에 여념이 없는 걸 옆에서 보는 아이들의 시선도 덩달아 바빠있는 모양이다.


나 역시 항해가 긴 동승이 아닌, 수리를 위해서 수리조선소-육상-에 머무르는 시간이 장기간인 항차이라, 수리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살피고 도와주고 감독하며, 나머지 쉬는 시간에 시내 관광을 위주로 한 가족 상륙을 한다는 것에 대해 새로운 기대를 걸고 있다.


그것도 중국이란 가까이 있는 옆 나라이지만, 광복 이후에는 갈 수가 없게 되었던 땅이니 이제 그런 저런 금기가 풀린 상황의 궁금하고 호기심 느끼는 일이 많은 곳이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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