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문 당직자가 항상 주의해야 하는 일
현문 사다리(Gangway Ladder)는 정박 중인 선박의 출입구로서 들어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계단식 사다리이다. 부두에 접안했을 때는 부두의 에프론에다 내려주고, 항구의 외항에 투묘 중일 때는 통선이 접근하는 높이까지 내려서 사용하게 되어있다.
이번 항차 기항한 곳의 조고 차는 자그마치 6 미터가 되므로, 저조 때가 다가서고 철광석 선적이 끝이 날 무렵이 되니, 배가 푹 가라앉은 상태라서, 부두와 배의 주갑판이 거의 비슷한 높이를 갖게 되어 현문 사다리 사용이 불가한 상황이 되고 있었다.
현문 사다리는 항상 늘어뜨려진 채, 감아 들이고 내주는 와이어가 팽팽해야 안전한 상태의 현문 사다리인데, 벌판의 끝단과 부두가 같은 높이로 되면서 늘어뜨려 줄 공간이 없으니, 사다리를 철거해서 수납해 줘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곳에 처음 오는 배들은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어느 시점에서 사다리를 철거하여 수납시켜야 하는지를 결정하려고 철저한 당직이 요구되고 있다.
계속 주의하도록 반복 체크하는 지시를 몇 번이나 하였었는데, 잘하고 있던 일이 마지막 단계에서 삐끗하니 어긋나 버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마지막 선적에 들어갈 무렵 화물 검량을 위한 서베이어가 승선하면서, 철거하려던 갱웨이 래더를 다시 준비하도록 요청해 왔던 모양이다.
그 요청을 들은 일항사가 바쁜 마음에서, 혼자 에어모터를 돌려 내리려고 하던 중 와이어가 제대로 풀려나가지 못하고 드럼에서만 풀린 상태로 있다가, 풀려서 느슨해진 와이어가 갑자기 사다리의 무게로 떨어져 내린 일이 생겼다.
사다리의 위와 아래쪽에 힘을 균등하게 배분하여 들어 올리고 내리는데 쓰이는 축 파이프가 그 충격으로 비틀어져 당장 쓸 수 없게 만든 사고로 발전된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잔소리라고 여길 만큼 그렇게나 강조하고 조심하도록 당부했던 일이 그것도 책임자인 일항사에 의해 발생한 게, 울뚝하니 화를 돋우고 나선다.
그렇지만 이곳에 기항하면서 계속 이상한 조바심이 찾아와, 속으로 안달하던 일이, 그래도 이 정도 사고로 끝내려고 그랬나? 하는 마음이 들어 화를 풀기로 한다.
다행히 배에서 자체 수리를 할 수 있게 그 파이프만 손상이 가고 사다리 자체에는 아무런 고장이나 흠집을 만들지 않아 안도하면서도, 그만큼 잔소리 같이 말하던 사고가 결국 난 그 점이 불쾌하고 짜증 나고 있었다.
관계자들의 선내 출입을 도우려고 도선사용 줄 사다리를 걸어주어 그 줄을 붙잡고 오르내리도록 새롭게 조치를 하며, 그 자리에 당직자를 배치하여 들어오는 사람들을 도와주도록 하면서, 그렇게 해 놓은 상태를 항의하는 노조 측 사람이 하나도 없이 출항 시까지 이르게 되어 그나마 한 시름 놓았다.
만약 하역 인부들이 계속 드나들 시점에서 그런 사고로 현문 사다리를 쓰지 못하고 줄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게 했다면, 안전상태 불량이라는 식의 이유를 들어 하역 인부들의 출입을-즉 하역작업을-거부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는 관행을 이들의 노조들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고 후 줄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린 사람은 대리 점원과 도선사 그리고 화주 한 사람이었기에 결국 별다른 항의를 받지 않고 끝날 수 있어 다행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런 빡빡하게 대하는 일이 많이 누그러 진 분위기를 보이는 게 요즘의 호주 부두 노조의 분위기인 것도 한몫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