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의 편지
아버지 지금 서울은 비가 오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어 오늘부터 제주도와 남쪽 지방은 장마 권에 들었습니다.
2호 태풍 제비의 중국 행으로 장마전선+태풍의 영향으로 비도 많고 해안 저지대는 침수가 예상된 다는군요.
이제는 물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는 가의 문제 이군요. 물론 가뭄 때도 그랬지만 강원도에서는 낙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데, 가뭄으로 약화된 지층이 비로 인해 와해가 되어 그냥 흘러내린다고 뉴스가 전하 더군요.
그래도 북한지방의 비 소식은 반갑던데요? 3년 만에 비 다운 비가 내린 모양이 에요. 모내기도 하고 그동안 시들했던 옥수수도 살아나고. 요즘은 기자들이 평양에 자주 가거든요.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는 것 같더라 구요.
오늘 아침 막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정말 심심하기 짝이 없는 것 같았어요.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오는 것 같아도 전화받으시는 어머니는 반가워하시는 모습이에요.
제가 보낸 프로그램에 실수가 있었다는 것도 알았고요. 다음에 책 보낼 때 다시 보내주면 되죠. 아직 못 보내 준 것이 몇 가지 있거든요. 그리고 아버지께 보내 드릴 편지도 쓰라고 했습니다. 제가 메일로 아버지께 부쳐드린다고 했거든요.
요즘 컴퓨터를 켜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메일 확인이에요. 혹시 아버지께서 편지를 부치지 않으셨나. 이젠 저도 아버지의 편지가 기다려집니다.
예전부터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도 해보고요. 시쳇말로 세상 참 좋아진 거죠.
예전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친구들이 나 어제 아빠 한데 혼났다고 하면 '나는 언제 아빠한테 혼이 나보나' 하고 생각하던, 또 혼자 목욕 갔다 와서 아버지 닮은 사람을 보았다며 울기도 하던 그런 시절도 이젠 다 추억 속에 가물거리고요. 그저 이렇게 자랄 수 있게 옆에서 지켜 주신 아버지와 어머니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가족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었을 까요? 저는 아직도 철이 덜 든 것 같아요.
다른 이들은 재물이 많으면 행복하다는데 그런 것 보다 더 소중한 게 있는 것 같으니 말이죠. 이 나이가 되도록 철이 안 난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가끔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답니다.
또 편지 쓸게요.
01년 06월 00일 큰아들 OO 이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