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깨워달라고 부탁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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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가 좀 지난 시간.
침대 머리맡에 있는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가 비몽사몽 간을 헤매고 있던 내 정신에 일격을 가하듯 번쩍 정신 차리게 해준다.
-선장님, 2 항사입니다. ALOR STRAIGHT에 도착했습니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흘러나오는 말소리를 들으며 자리를 차고 일어난다.
어제저녁 식사 후에, 오늘 새벽에 도착할 예정인 협수로 ALOR STRAIGHT에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해당해도에 내 지시 사항을 적어 두었는데 어느새 그곳에 다 달아서 도착 즉시 알리라 지시해준 대로 당직사관이 연락을 해온 것이다.
-알았어, 별다른 배들은 없지?
-예, 항해하는 배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운동을 할 준비를 해 가지고 천천히 브리지를 향해 올라간다. 밝은 해도실을 지나 조타실로 들어서니 깜깜한 어둠이 코앞도 못 가려 보게 다가든다.
서서히 눈 안으로 들어오는 푸른빛 도는 레이더 화면에 나타나 있는 수로 내의 작은 섬들이 바짝 가깝게 다가서 있건만, 2 항사는 더욱더 그 섬 쪽으로 선수를 정침 시키고 있다.
현재의 위치를 확인해보니, 침로를 그렇게 더해 준 것과 상관없이 배는 코스라인 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현 쪽에서 좌현 쪽으로 배가 무지무지하게 밀리고 있는 상태를 나타내 보이고 있는 현상이다.
짙은 어둠은 조정 해준 선수의 앞쪽 2마일 거리에 있는 섬의 윤곽도 확실히 구별할 수 없게 만들지만, 느낌으로 그 방향의 어둠이 더 짙은 것 같아 섬이 있겠거니 여긴다.
레이더 화면만을 뚫어지게 확인하며 달리려니 혹시 레이더가 잘못되어 섬을 찾아드는 사고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기우가 생기어 해도실의 DGPS와 조타실의 레이더를 번갈아 찾아 참고해 보며 조선을 한다.
다섯 시가 되어 새로운 침로로 변침 시켜 주고 나니, 그렇게 밀리던 조류의 영향이, 내가 언제 그랬어! 하는 식으로 조용해져 있다.
새벽 당직 교대를 위해 네 시에 이미 올라와 있던 일항사에게 조선 지휘권을 맡기고 나는 새벽 운동을 시작하러 갑판으로 나간다.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피곤하기는 하지만, 그대로 다시 침대로 돌아가기에는 날이 너무나 좋아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