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모자랄지도 모르는데...

물 위에서 먹고 마실 물이 모자랄지도 모를 상황

by 전희태


JJS_3494.JPG 비가 오면 빗물이라도 받아 모아서 쓰고 싶은 마음.


이렇게 선체가 Full & Down (짐을 잔뜩 실어, 물에 푹 갈아 앉은) 상태로 항해를 시작한 후, 공선 항해 중에 조수기(주*1)로 만들어 나오던 청수가 아예 만들어질 수가 없는 형편이 될 수도 있다 든 기관장의 보고에, 이번 포트 헤드랜드에서 청수 수급을 받지 않고 그냥 떠난 일을 후회하며 혹시나 항해 중 청수가 모자라게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항해에 임하고 있다.


우려한 일은 항해 중 두 번에 걸쳐 배를 세운 후, 보일러 수리를 하게 되면서, 그때마다 많은 양의 물을 보일러에 충당시켜 주다 보니 청수 소모량이 더욱 늘어나게 되었다.

혹시나 하루 이틀 입항이 더 늦어져 청수 보유량에 차질을 빚어, 물이 모자라는 경우를 당하게 될까 봐 불안한 마음은 매일 정오 위치보고에 반영되는 청수량을 꾸준히 체크하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모두 물로 채워져 있는 바다 가운데이지만, 선내의 물이 떨어지면 배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기름이 떨어진 것이나 진배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될 수도 있다.

전자의 물은 해수-짠물-이지만 후자의 물은 청수로 승조원이 쓰고 마시는 물을 포함하여 선내 보일러에도 보급하므로, 청수 보유량이 적을 때에는, 선박 운전이 우선이니, 사람들이 쓰는 물부터 절수에 들어가는 비상사태가 되는 것이다.


어제는 토요일이지만 오전을 휴무시켜서 하루 종일 쉬게 하였다. 지난번 호주로 갈 때 토, 일요일 없이 일했던 것에 대한 보상의 의미로 그렇게 하였는데, 그렇게 쉬는 시간이 되니 많은 사람들이 빨래를 하여 평소보다 3톤 이상의 물을 더 사용하여 총 18톤의 물을 소비했단다.


또 그런 이야기를 보고받는 순간, 요새 물을 아껴 쓰자는 이야기를 그렇게나 자주 하며 공고도 하였는데, 나 한 사람쯤 절수 행각에서 빠진다고 무슨 일이 있을까? 하는 안이한 생각에 그리 된 것일까? 과도한 청수 사용량에 괘씸한 마음이 앞선다.


다시 한번 절수를 위한 광고를 하며, 세탁기의 프러그를 모두 뽑아두고 당분간(입항 2일 전쯤 까지) 세탁을 못하게 물리적인 조치도 취하기로 한다.


우리 배는 양변기에 사용하는 물도 전부 청수이기에, 나는 여러 번의 소변을 모아 두었다가 한번 물을 내리는 방식으로 물 쓰는 양을 줄이고 있다.

그러하니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내 소변 냄새지만, 심한 지린내에 오만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참고 계속 그 방법으로 사용하는 중이다.


이런 고행(?)을 참고 견디며 절수 참여를 하는데 평일보다 3톤이나 더 사용했다는 보고를 받고 보니 생각 없는 작자들이지 물을 그렇게 마구 쓰는 친구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는 섭섭한 마음을 지나 괘씸한 심정마저 들건만 우선은 끌끌 혀를 터는 수밖에 별 뾰족한 수가 없구나!이다.


더욱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아껴야 한다면 나중에 남아도는 일이 있더라도 이렇게 철저하게 아껴야 그 일이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 여기는 내 생각인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 뭐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뭣 때문에 그리 심하게 하느냐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이 간혹 부서 책임자로 있는 사람들마저 짓는 반응이다.


그야말로 미리 사전 방지 차원이 아니라 일이 닥친 후에 막으려는 시도를 행하려 하고, 또 그런 걸 당연시하는 그런 풍조로서 처음부터 힘들게 할 필요가 뭐 있느냐는 식의 이야기인 것이다.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하는 또 하나의 본보기인 것 같다.


이런 우울한 기분 속에 쓴 편지라서 일까? 아내에게 보낼 내 편지가 내 맘에도 별로 안 들지만 그냥 보내기로 한다.


주*1 : 조수기(造水機) Evaporator, 선박에서 해수를 끌어들이어 낮은 기압 하에서 증류시켜 나온 수증기를 다시 냉각시켜 청수를 만들어 내는 장비.

여기서 나온 물은 증류수이므로 보일러에 사용함은 좋으나, 음용수로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 미네랄을 첨부시켜 사람들이 마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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